영국인 파밀라 파커는 최근 항공권 조회·예매 사이트를 통해 영국 런던에서 호주 시드니로 가는 최저가 비행기 티켓을 검색했다. 검색 결과, 맨 위에 중국 남방항공 티켓이 있었다. 가격은 약 700유로(약 91만원)로 캐나다항공 티켓 등보다 30% 정도 쌌다. 그는 이 티켓으로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시드니로 여행을 갔다. 미국인 이자벨도 얼마 전 뉴욕에서 싱가포르를 가는데 중국을 경유했다. 항공권을 알아보니 중국 동방항공 티켓이 제일 쌌기 때문이다.
중국 항공사들이 노선을 늘리고 저가 티켓 공세(攻勢)를 펼치면서 세계 항공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영국 BBC는 최근 "취항 편수가 많은 데다 값도 싼 중국 항공을 선택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면서 "5년 내 중국이 현재 1위인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항공 산업국에 오를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중국 민간 항공기 이용객 수는 지난 10년간 연 10%씩 꾸준히 느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7년엔 전년 대비 12.5% 늘어 5억4900만명을 돌파했다. 2025년에는 이용객 수가 9억27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 항공사의 국내외 운항 노선도 꾸준히 늘어 현재 3800여개에 달한다. 중국 항공사의 팽창 때문에 노선을 줄이는 항공사도 있다. 미국 아메리칸항공은 21일(현지 시각) "중국 항공사에 이용객을 빼앗겨 손실이 커져 시카고~상하이 직항 노선을 오는 10월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 항공사가 성장할 수 있는 건 정부 보조금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싱가포르 국제 항공산업 분석업체 엔다오 애널리틱스의 슈쿠르 유수프 소장은 "중국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자국 항공사들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덕에 항공사들이 적자를 두려워하지 않고 노선을 늘리며 저가 티켓을 내놓을 수 있다"고 했다. 2016년 한 해 베이징·상하이·광저우를 제외한 지방정부가 중국 항공사들에 지원한 보조금은 최소 86억위안(약 1조410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소형 항공사인 중국 사천항공의 항저우~로스앤젤레스(LA), 지난~LA 등 2개 노선의 평균 승객 탑승률은 60% 미만으로 세계 평균 81.4%에 크게 못 미친다. 하지만 사천항공은 정부 보조금 덕에 이들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항공사 경쟁력이 강화하면서 한국에 불똥이 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22일 "중국이 항공사 몸집만 불리는 게 아니라 서비스 등 질적 개선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며 "발 빠르게 대처하지 않으면 한국 항공사 이용객 수가 줄어드는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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