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2006년부터 10년 연속 국내 가공식품 3대 수출품 안에 들고 있다.
라면과 소주를 제친 수출 효자 품목이다.
한국 커피 시장은 최근 5년간 두 배가 됐고, 한국인은 연간 400잔 가까운 커피를 소비하고 있다.
최근엔 산업적 기반을 바탕으로 국제 기구 본부를 한국에 유치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커피는 대표적인 수입품이다.
커피 생두(生豆)를 재배하기 어려운 한국은 거의 전량을 베트남·브라질·콜롬비아 등지에서 수입한다.
지난 1961년 5월 군사 쿠데타 직후 박정희 정권은 양담배와 함께 커피를 '외화 낭비의 주범(主犯)'으로 몰아 판매 금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커피는 효자 수출품으로 우뚝 섰다.
작년 커피 원두를 가공한 커피 조제품(믹스커피·크리머·커피 에센스 등) 수출액은 전체 가공식품류 중 궐련과 음료에 이어 3위(약 3200억원)였다.
2011년부터 재작년까진 줄곧 2위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는 "국내 제조업체들이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시장 대신 중국·러시아 등 해외로 눈을 돌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SK증권에 따르면 2009년 2조4000억원이었던 한국 커피 시장은 2014년 5조3400억원으로 5년 만에 2.2배로 뛰었다.
작년엔 6조원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한다.
우리나라 미용산업(약 7조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시장 팽창을 견인한 것은 무엇보다 커피 소비량의 증가다.
1990년 한국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연간 1234g이었으나 재작년엔 3843g이 됐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 들어가는 커피 원두 용량(10g)으로 환산하면 국민 1인당 1년에 총 384잔의 커피를 마시는 셈이다.
한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의 경우 1인당 연간 소비량이 10㎏을 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내 고용 효과도 커 통계청에 따르면 카페(기타 무알코올 음료 판매점 포함) 종사자 수는 15만명이 넘는다.
업계 구조도 기호(嗜好)의 고급·다양화로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믹스커피 위주의 인스턴트 커피가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 비율은 2014년에 약 1조8000억원으로 전체의 34％ 미만이다.
대신 전국에 약 5만곳이나 분포한 커피전문점이 2조5000억원(약 47％) 규모로 커피 시장의 공룡 자리를 꿰찼다.
신혜경 한국커피협회 학술팀장은 "(커피전문점에서) 로스팅된 지 얼마 안 된 원두 커피를 맛본 소비자들이 다시 인스턴트 커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인스턴트 커피 업계는 시장 변화에 맞춰 믹스에서 크리머·설탕을 빼고 커피 분말의 품질을 높인 인스턴트 원두 제품도 내놨다.
최근 커피 무역업자들은 '스페셜티(specialty) 커피'라 불리는 고급 브랜드를 점점 더 많이 취급하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란 보통 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SCAA)의 품질·맛 감정에서 80점 이상 획득한 제품을 일컫는다.
커피 포장에 원산지와 품종, 로스팅 정도, 재배 고도 등이 씌어 있다.
와인처럼 소비자가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는 것이다. 서울 서초동의 한 카페 업주는 "일반 원두가 200g당 1만3000원 정도 하는 데 비해 스페셜티 원두는 기본이 2만원을 넘지만 커피맛을 아는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국제커피기구 본부 한국에 유치"
커피 관련 자격증도 인기다.
한국커피협회가 2005년부터 발급해 온 바리스타 자격증을 비롯해 국내 관련 자격증만 10종이 넘는다.
총취득자 수는 20만명으로 추산된다.
해외 자격증을 따는 사람들도 많다. SCAA에서 발급하는 커피감별사(Q―Grader) 자격 취득자는 전 세계에 3500명 정도인데, 외신에 따르면 그중 한국인이 600명으로 가장 많다.
신혜경 팀장은 이에 대해 "Q―Grader는 생산국 현지에서 생두를 감별할 사람이 주로 따는 자격증"이라며 "국내에선 별 효용이 없는데도 취득자가 많다는 사실은 커피에 대한 한국인의 높은 학구열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엔 국제커피기구(ICO)의 본부를 한국에 유치하기 위한 민간 단체 'ICO 가입 및 런던 본부 한국유치위원회'가 출범했다.
ICO는 1963년 설립된 UN 산하 기구로, 커피 수출·수입국끼리 커피 작황·품질·가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이해를 조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각각 세계 최대 커피 수출국과 수입국인 브라질과 미국을 비롯해 50개국이 가입돼 있으나 한국은 아직 가입돼 있지 않다.
영국 런던에 있는 본부를 내년에 다른 곳으로 이전할 계획인 이 기구의 유치위원장을 맡은 김덕룡(75)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세계 6대 커피 소비국이자 가공 수출도 활발한 한국이 ICO에 가입하고 본부를 유치한다면 거대한 중국 시장으로 진출할 때 혜택을 볼 수 있다"며 "2009년에 ICO를 탈퇴한 일본이 오사카에 본부를 유치하려고 작년에 급히 재가입했는데,
한국 정부도 경각심을 갖고 신속히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승배 동원과학기술대 커피바리스타제과과 교수는 "커피는 고급 기호식품인 만큼 앞으로도 소비량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며 "향후엔 대량생산 제품보다 남미·아프리카 각지에서 소량으로 개발·생산되는 브랜드 제품이 유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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