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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인가 광복인가?

작성자: 뽀동이, 날짜 : hit : 966, scrab : 0 , recommended : 0

주제와 관련해서 여러 자료를 뒤지다가 발견한 현상 가운데 하나는, 

광복 또는 해방 40주년, 50주년, 60주년 때마다 ‘광복, 해방, 독립’이란 말의 쓰임새에 관해 비판적으로 언급한 글들이 많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점차 세 단어, 특히 광복과 해방이란 역사용어의 쓰임새에 관해서는 어떤 선택적 주장보다 혼용해서 적절하게 사용하자는 주장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두 용어를 혼용해 사용한 경우는 60주년이었던 2005년의 8월 15일을 전후로 각 언론사에서 기획 보도한 기사를 보면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이러한 경향은 어찌 보면 가볍게 넘어갈 수도 있는 것이지만, 광복과 해방이란 용어의 쓰임새가 바뀌어온 역사를 보면 그렇게 간단치만은 않다.

일본의 지배로부터 벗어난 지 1주년이 되던 1946년 8월 15일, 남과 북에서는 각각 ‘해방절’ 기념식을 가졌다. 

심지어 1948년 8월 15일 “해방절”에 “해방 제3주년 기념”식이 열리고 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되었다고 보도한 기사도 있다. 

이처럼 남북한에 각각 정부가 수립될 때까지 8월 15일은 ‘해방’의 의미로 다가왔다.

대한민국에서 해방절이 ‘광복절’로 바뀐 것은 1949년 10월 정부에서 4대 국경일을 제정한 때부터였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도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해방절을 ‘민족해방기념일’로 이름을 바꾸어 기념하기 시작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국가의 주도 아래 같은 시기에 동일한 공간에서 경험한 일을 각각의 정부에서 달리 기억하도록 하고 있다.

 남북의 정부가 자신들의 역사성에 맞게 각자 ‘하나의 기억으로 통일하는 작업’은, 다른 기억을 배제하는 과정을 동반한 분단시대의 ‘기억의 역사화, 집단화’ 작업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경우는 좀 다른 점이 있다. 8월 15일 일본의 패전과 대한민국의 독립에 관한 국가의 공식 기념명칭은 ‘광복’이었지만 학교교육과정에서는 1970년대까지도 ‘해방’이란 용어가 주로 사용되었다. 

유신체제하의 제3차 교육과정에 입각해 국정으로 발행된 중고교용 『국사』 교과서에서는 한국현대사의 첫 단원을 “민족의 해방과 국토의 분단”이란 이름으로 시작했다. 

이 시기는 북한이 주체사관에 입각해 조선사를 전면적으로 재해석하던 때였고, 대한민국도 ‘주체적 민족사관’의 확립이란 이름 아래 교육과정을 전면 개편하고 한국사를 새롭게 체계화하던 때였다. 

그리고 남북한 사이에 정통성 경쟁이 격화되면서 여기에 학교교육도 휩쓸려 들어갔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교과서에서 주로 ‘해방’이란 용어가 사용된 것은 일제하 민족운동사에 대해 계통적이고 세밀하게 다듬는 작업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역사교과서에서 해방이란 말 대신에 광복이란 용어가 완전히 정착한 것은 1982년 제4차 교육과정 때부터였다. 

당시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에서 “대한민국의 성립”을 설명하는 첫 번째 소항목의 제목이 “민족의 광복”이었는데, 이는 기존의 “민족의 해방”에서 바뀐 것이다. 

그리고 이후 발행된 『국사』 교과서에서는 그동안 이 소항목에 단골처럼 나오던 사진, 즉 ‘해방’이란 글자가 새겨진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하던 사람들의 사진도 다른 것으로 교체되었다.

광복이란 용어가 확정적으로 쓰이게 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남북한의 체제 우월성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남북한 정권 중 어느 쪽이 더 ‘민족사적 정통성’이 있는가를 증명하던 치열한 체제경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는 해방이란 용어를 쓰면 사용하는 당사자의 의도를 반영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진보적 내지는 좌파적이라는 색깔이 덧씌워졌던 때가 있었다. 

‘인민’이나 ‘동무’라는 말이 일상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았던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였다. 

그래서 가치중립적이란 의미에서, 아니면 색깔이 덧씌워진 불필요한 오해를 받기 싫어 ‘8·15’라는 단어를 차용한 경우가 많았다. 

색안경을 낀 시선은 1990년대 중반 이후 들어 세계적인 차원에서 냉전체제가 해체되고 남북 화해 국면이 열리면서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지금은 광복과 해방이란 용어가 혼용되고 있지만, 정치적 의미와 무관하게 두 단어를 뜻풀이함으로써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 

사전적인 의미에서 광복은 ‘빛을 되찾은 것’이란 뜻으로, 우리에게 있어 빛은 주권을 의미하므로 잃었던 주권을 되찾았다는 의미이다. 

해방은 ‘속박으로부터 풀려나는 것’이란 뜻으로, 우리를 속박한 일본으로부터 벗어났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혹자는 광복이란 말에 능동적이고 정신사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뜻풀이를 하는 데 비해, 해방이란 말은 수동적인 측면을 드러내는 용어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수치스러운 말’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의미가 내포되었든 사전적인 뜻에 충실히 한다면 1945년 8월 15일은 해방의 날이며, 1948년 8월 15일은 광복의 날이다. 

그런데 1948년 8월에 세워진 대한민국은, 잃어버린 주권국인 대한제국을 다시 찾은 국가로서 세워진 것이 아니라 대의제 민주주의 국가로 출범했다. 

사전적 의미를 충실히 따라가다 보면 8월 15일을 광복절로 기념하기에는 불완전한 측면도 있다.

역사용어로서의 불완전함은 해방이라는 말에서도 찾을 수 있다. 

8월 15일 직후부터 38도선을 경계로 미군과 소련군이 일본군에게 항복을 접수한 직후부터 한반도는 점령지로 바뀌었다. 

그들의 군대가 해방군인가 점령군인가라는 가치판단을 하기 이전에 분명한 사실은, 소련과 미국의 군대가 한반도에서 와서 점령정책을 실시했다는 점이다. 

미군은 군정으로, 소련군은 직접적 명령보다는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를 통해 권력을 행사했다. 

더 근본적인 것은 해방과 광복이란 용어 가운데 어떤 것을 취사선택해서 사용하든, 대한민국이 분단된 국가라는 현실을 먼저 주목해야 한다는 점이다. 

분단이 우리의 주체적인 선택의 결과가 아니었고,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분단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해방과 광복 그 어떤 용어도 완전한 역사용어는 아닌 것이다.

광복과 해방이란 단어는 일본의 식민지시기에도 다양한 함의로 사용되었다. 

1910년대의 대한광복회, 대한광복군정부, 1920년대의 광복군총영, 광복군사령부, 광복단과 같은 단체 가운데 복벽주의(復辟主義)를 지향한 경우는 없었다. 

특히 1940년에 창설된 한국광복군은 민주공화정체를 지향한 중경임시정부의 군대였다.

그렇다고 광복이란 용어를 차용한 단체 모두를 민족주의운동 계열로 보아서도 안 된다. 

1936년 결성을 선언한 재만조선인조국광복회는 사회주의자들이 주도한 항일민족통일전선 조직이었기 때문이다.

 이 조직과 또 다른 성격의 단체가 1930, 40년대 중국의 관내 지역에 있었던 조선민족해방동맹이나 조선민족해방투쟁동맹이다. 

두 조직은 좌파 성향의 단체이기는 하지만 사회주의자들만 가입한 단체는 아니었으며, 재만조선인조국광복회와도 성격이 약간 달랐다. 

다만 사회주의운동 계열의 조직들이 해방이란 단어가 들어간 조직 명칭을 사용한 경우가 많았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참고로 3·1운동 이후 민족운동세력이 민족주의운동과 사회주의운동으로 분화되고서 민족주의운동 계열의 조직 명칭 가운데 해방이란 용어를 쓴 경우는 없다.

또 1945년 이후로 옮겨와서 살펴보자. 

우리는 1945년 8월 이후 한반도의 사회적 공간을 설명할 때 ‘해방공간’이라는 말을 끌어들이지 ‘광복 공간’이라고 하는 경우는 없다. 1945년에 태어난 사람들을 ‘해방둥이’라고 말하지 ‘광복둥이’라고 하는 경우도 없다.

8·15로부터 60년이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 해방이란 말이 옳은가, 광복이란 용어를 사용해야 맞는가라는 논쟁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그보다는 사용자가 특정 시점에서 어떤 의미로, 어떤 쓰임새를 위해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이 두 용어를 재해석할 수 있다. 

오늘의 현실에 비추어볼 때 불완전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해방과 광복의 진정성도 현실을 바꿔가는 과정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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