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기생충 감염은 자연산 민물고기를 날것으로 먹을 때 걸리는 간디스토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간디스토마 감염률은 4.1%다. 간디스토마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담관암 발병 1급 발암물질이다. 일반 구충제로 낫지 않는다. 의사가 처방한 약을 먹어 치료한다. 민물 게를 날 것으로 먹으면 폐디스토마에, 바다 생선을 날것으로 먹으면 고래 회충에, 익히지 않은 간을 먹으면 개회충·섬모충에 감염될 수 있다.
기생충에 감염되더라도 건강한 사람은 자각 증상이 거의 없다. 또 대부분의 기생충 감염은 사망할 만큼 치명적이지 않다. 홍 교수는 "기생충에 감염돼 간·폐에 염증이 조금 생겼더라도 별문제 없다"며 "다만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사람은 기생충에 감염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면역력이 약한 항암 치료 환자, 영양이 부족한 사람은 기생충에 감염되면 소화불량·복통·고열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홍 교수는 "동남아시아를 다녀온 뒤 소화불량·복통·고열 등 기생충 의심 증상이 있으면 기생충에 감염됐을 수 있으므로 검사받아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기생충 진단은 기생충별로 다양하다. 회충·간디스토마처럼 사람의 방광 안에서 알을 낳는 기생충은 대변 검사로, 섬모충·폐디스토마는 피검사로 진단한다.
과거에는 구충제를 연례행사처럼 온 가족이 먹었다. 하지만 지금은 구충약을 굳이 먹지 않아도 된다. 홍 교수는 "구충제로 장내 선충류를 없앨 수 있는데 지금은 감염률이 0.01% 이하여서 안 먹어도 별 문제 없다"고 말했다. 예전엔 인분 비료를 써서 회충·편충 감염이 흔했는데 지금은 화학 비료를 써 감염률이 뚝 떨어졌다. 다만 만 10세 이하 어린이가 있는 집은 요충 감염 위험이 있어 가족이 1년에 한 번 구충제를 먹으면 도움이 된다.
회를 먹을 때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을 같이 마시면 기생충에 감염되지 않는다는 건 속설이다. 홍 교수는 "기생충이 죽을 정도의 알코올 농도면 사람의 식도도 같이 상한다"고 말했다.
기생충 감염을 예방하려면 ▶자연산 민물고기, 생간, 어패류 등을 날 것으로 먹지 말고 ▶날생선을 손질할 때 쓴 도마·칼은 끓는 물에 소독해 쓰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