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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와 손 칼국수 그리고 빈곤에 대한 망각

작성자: 졸부, 날짜 : , 업데이트 : hit : 1922, scrab : 0 , recommended : 0

햄버거와 칼국수 그리고 빈곤에 대한 망각,

 

어제 작은 아이의 투정을 이기지 못하고 파타야의 센트럴 훼스티발에 있는 버거킹 햄버거를 사러 오후 늦을 무렵에 나들이를 해야 했습니다. 근처의 로투스에 가면 KFC 있고 파타야 끌랑의 수쿰빗 대로변 까지만 가도 맥도날드도 있는데 해변에 위치한 센트럴 훼스티발에 있는 버거킹의 햄버거를 먹야야 겠다는 겁니다.

 

파타야의 센트럴 훼스티발까지 가려면 집에서 운전하고 50 km 가야하기 때문에 굳이 버거킹을 사러 왕복 100km 운전해서 그곳까지 간다는게 여간 우스운 일이 아닙니다. 기름값은 둘째치고 라도 갔다 왔다 왕복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주차하느라 소비하는 시간 그리고 쇼핑몰에 갔으니 물건은 사지 않더라도 이것저것 구경하는데 낭비되는 시간 합치면 서너시간은 훌쩍 지나 갑니다.

 

버거킹에 가서 햄버거를 하나 들고 저는 같은 지하층에 있는 음식 백화점에서 이것저것 사다가 먹으면 어떻겠느냐고 집사람에게 의사를 물어보니 여기까지 왔는데 후지나 아니면 스테이크집에 가서 먹자며 마치 저를 쪼잔한 인간쯤으로 여기기라도 하는듯 슬쩍 흘겨 봅니다.

 

음식 백화점서 먹으면 둘이서 먹어도 150 ~ 200밧이면 족할텐데 기어이 아웃백 스테이크 집에가서 그렇고 그런 스케이크 두접시와 맥주 작은것 두병을 시켜서 먹고나니 1,000 가량 나왔습니다.

 

음식도 별로 맛있지도 않고 그리고 아웃백 스케이크 집이라는게 무슨 도깨비 시장 같아서 식사를 하는데 있어 전혀 여유롭지도 못하고 부산하기만 한데 두사람 식사 비용으로 천밧 가까이를 지불하고 나오니 기분이 개운치는 않습니다.

 

돌아오는길에 차안에서 음식과 관련된 옛날 시절을 자연스레 회상하게 되었습니다.

 

1967 충주에 사시던 친할머니 손에의해서 자라던 저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 부모가 사시는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그당시 아버지는 마땅한 직업이 없으셔서 어머니가 구로 공단에 있는 봉제공장에서 일을 하셔서 여섯 식구가 알량한 수입으로 근근히 끼니만 때우고 살던 시절 이었습니다.

 

그당시 저희집은 사실 쌀밥은 커녕 보리가 70%이상 섞인 보리밥 먹기도 어려운 시절 이었는데, 밥먹기도 어려운 살림살이에 무슨 반찬인들 제대로 있었겠습니까. 그러니 보리밥 마져도 반찬이 없으니 아이들은 밥먹기가 여간 고역이 아닌지라 저는 무조건 고추장에 비비거나 간장에 비벼서 짠지 몇조각과 함께 대충 때울때가 대부분 이었습니다.

 

그런데 맛없는 보리밥 먹기도 버거워 하루 두끼는 국수나 수제비를 먹어야 했습니다. 그당시 국수는 아마 미국에서 배급하는 구호품 밀가루로 만들어서 그랬는지 지금의 마트에서 파는 소면처럼 깔끔한 빚깔을 내지 못하고 누르스름 하기도 하고 약간은 거무튀튀한 빛깔을 내기도 하였습니다.

 

하루 두끼의 국수 또는 수제비를 먹어야 하는데 육수를 낼만한 재료를 살돈이 전혀 없으니 그냥 맹물에다가 국수를 끓이고 국수에다 간장에 고춧가루와 파를넣어 만든 양념 간장으로 간을 맞추어 국물이 반인 국수 한대접을 훌훌 먹어 치웁니다. 저는 그것도 먹기가 싫어 남아있는 찬밥 한덩이를 달라고 하여 아무 반찬도 없이 고추장에 비며서 먹곤 하였습니다.

 

때로는 국수 살돈도 없어 배급을 받은것인지 아니면 구입한것인지 모르겠으나 밀가루를 이용해서 어머니가 손수 칼국수를 만드셨습니다. 도마위에 반죽된 밀가루 덩이를 올려놓고 그것을 다듬이 방망이로 밀어서 얇게 만들어 둥근 쟁반처럼 만드신후 그것을 채곡채곡 7~8 cm 크기의 폭으로 접어서 칼로 쓸어서 면발을 만드시는 겁니다.

 

옆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지켜보고 있던 저는 칼질로 면발을 만들고 남은 끝부분을 기다렸다가 얼른 집어들고 나와서 연탄 화덕에 올려놓고 그놈을 구어 먹습니다. 마치 핏자를 화덕에 굽듯이 말입니다.

 

그렇게 칼국수로 가족들은 작은상에 둘러앉아선 양념간장으로 육수를낸 칼국수 한그릇으로 한끼를 때웁니다. 그당시 문화생활의 전부였던 중고 트랜지스터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뉴스를 듣거나 옛날 가요를 들으면서 말입니다.

 

어느날 친구와 친구 동생 그렇게 여러명이서 동내의 개울로 물놀이를 갔습니다. 가리봉동 근처의 냇가로 기억이 납니다. 수영은 못하지만 그냥 냇가 가장자리에서 텀벙거리며 노는 것이지요. 그런데 씨름을 하자며 친구 동생녀석이 저를 붖잡고 허리쯤 오는 깊이의 냇가에서 저를 이리 메치고 저리 메치고 하는 겁니다. 그당시 친구집은 그래도 사는것이 저히집보다 훨씬 나았는지 저보다 두살어린 친구동생이 저보다 덩치가 커서 저를 꼬마 다루듯이 이리저리 밀쳤다 메쳣다 하여 저는 물을먹고 탈진한 나머지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문득 깨어보니 겁에 질려서 울고있는 친구와 친구동생이 보였습니다.

지친몸을 간신히 이끌고 집까지 터덜터덜 돌아와서 기지맥진 하여 잠이 들었습니다. 얼마를 자고 났더니 어머니가 공장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셔서 전기불도 없는 어둑어둑한 집에서 힘없이 누워있는 저를 보시고는 그러냐고 하셨습니다. 자초지정을 이야기 했더니만 어머니가 불쌍한 내새끼 하시며 눈물을 보이셨습니다. 그리곤 시장에 가서 한마리를 사가지고 오셔서 그날저녘 우리 가족은 추석이나 구정날에나 구경할수 있었던 (그것도 대부분 좋은 부분은 어른들 차지였고 아이들은 한두첨 맛이나 봤던 시절임) 닭도리탕과 보리밥으로  배불리 저녘 식사를 했던 일이 아직도 저의 기억 저편에 잔잔히 떠오릅니다.

 

지금 저는 둘째 아이가 버거킹 햄버거를 먹어야 겠다고 졸라 왕복 100km 운전을하고 햄버거를 먹이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와 집사람은 기름진 스테이크로 저녘식사까지 마치고 말입니다.

 

때로는 빈곤했던 시절에 느꼈던 배고픔에 대한 기억이 그리고 어머니가 손수 밀어서 끊여주신 아무 맛도 없는 칼국수가 그리워 집니다. 아니 어쩌면 그건 땟거리를 걱정하던 시절에 어머니가 자식들에게 보여주셨던 사랑에 대한 그리움 일겁니다.

 

훗날 자식에게 햄버거를 먹이겠다고 100km 왕복 운전을 마다하고 파타야까지 다녀온 무모를 애절한 마음으로 자식이 그리워 할지 의문 스럽습니다. 저는 확신 합니다. 절대 그런일은 없을 이라고 말입니다. 그건 어려움없이 자라고 있는 아이들 세대들의 부유함 속에서 실종 되어버린 무경험의 세상 즉, 빈곤에서 오는 애틋한 향수와 그리움의  단절 때문 일 것 입니다.

졸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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