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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book 1월호(January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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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LG는 왜 '돈 안 되는' 농사에 투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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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품전문가 최낙언 박사에 따르면 우리가 섭취해야 하는 연간 필수 칼로리의 80%를 20만 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쌀, 닭고기, 콩 등 우리 식단을 구성하는 주요 식품 소요량에 현재의 시중 가격을 적용하여 계산한 결과이다. 최저임금을 적용해도 대략 5일 정도 일을 하면 연간 필요한 기본 식량을 구할 수 있다. 최 박사는 이 "무지막지한 가격 경쟁력" 때문에 우리 농업이 힘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한다. 

요즈음은 너무 당연하게 생각되지만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애들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봄부터 가을까지 일해야 겨우 필요한 식량을 구할 수 있었다. 놀랄 만큼 짧은 시간 만에 우리는 굶주림에 대한 걱정에서 해방되었다.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룩한 성과에 대해 자신감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도 농민들은 그들이 이룬 성과로부터 그리 큰 보상을 받지는 못했다. 처음 현대적인 농업이 시작되었던 때는 80% 이상이 농민이었지만, 지금은 불과 6%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때는 농업이 산업의 전부였고, 농촌이 복지와 환경의 전부였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국가 GDP의 2% 남짓에 불과하다. 농업은 경쟁력이 없는 산업으로 국가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천덕꾸러기로 국민에게 인식되었다. 

우리는 이 오래된 산업에 대해 얼마나 정당하게 평가하고 있을까? 

농업이 돈이 되지 않는 산업으로 인식되던 동안 기업은 농업투자에 관심이 없었다. 물론 관심이 있기는 했었다. 삼성의 이병철 회장은 처음으로 현대적인 개념이 들어간 돼지 농장을 용인에 지었다. 우리 농업에 대한 따뜻한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그 돼지 농장은 자연농원으로 다시 에버랜드가 되었다. 현대의 정주영 회장은 유조선을 가라앉혀 바닷물의 흐름을 막은 후 조성한 간척지에서 처음으로 기업적인 규모의 벼농사를 지었다. 농업인들은 한때 대호 간척지의 벼농사처럼 우리 농업이 규모화될 수 있기를 꿈꾼 적도 있었다. 

기업의 입장에서 농업은 돈이 되는 산업은 아니었다. 농업은 정부의 지원과 투자로 움직이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가끔 외국에서 농장을 개발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이분들은 농업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외국기업을 위해 부족한 예산을 지원해 줄 정부는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해외농장을 개발한다는 뉴스는 많이 보았지만, 성공했다는 소식을 별로 듣지 못한 이유이다. 농업 여건이 성숙하지 않은 지역에서 정부의 지원 없이 기업의 투자만으로 수익을 내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친기업 정책을 주도했던 이명박 정부는 경자유전 원칙의 훼손 우려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농업에 참여하는 데 제약이 되었던 빗장을 과감하게 풀었다. 이런 흐름은 2012년 동부팜한농에서 380억 원을 투자해 15ha 규모의 토마토 재배 온실을 신축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동부팜한농의 시도는 농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좌절되었다. 이후 동부팜한농은 LG에 인수되었다. 

LG의 농업에 대한 사랑은 유별했다. LG 그룹의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은 "나라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위해 1974년 연암축산고등기술학교를 열었다. 이 학교는 축산업이 아직 원시적인 상태에 머물러 있던 시절 선진 축산기술을 받아들이는 통로로서 큰 역할을 했다. 이 학교는 2003년에는 천안연암대학으로 발전하였고, 여전히 축산과 원예 분야에서 우수한 농업인을 양성하고 있다. 

동부팜한농을 인수한 LG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3800억 원을 투자해 새만금 간척지에 여의도 면적의 1/4에 해당하는 규모의 스마트 온실을 짓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LG는 예전에 동부팜한농이 그랬던 것처럼 농업 신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이 주목적이고 농장에서 생산되는 토마토·파프리카 등 농산물은 모두 수출하겠다고 밝혔다. 농민의 반발을 의식한 조치였다. 

기업농, 판도라의 상자 

그런데도 LG의 발표는 사회적인 논란을 촉발했다. 전농(전국농민회총연맹)은 지난 6일 전경련 앞에서 LG 그룹의 농업 진출을 저지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에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여론은 명확하게 둘로 갈라졌다. 농업전문지 등 친농업 측에서는 LG의 농업 진출을 골목상권을 침범하는 대형마트로 묘사하며 반대했다. 

반면에, 대부분의 주류 언론은 이제는 기업농에게 길을 터줘야 할 때라는 입장을 보였다. 기업 투자가 첨단농업으로 가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과 함께 침체된 농촌 경제를 대기업의 참여를 통해 개선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도 드러냈다. 

농업계 내부에서도 이 사안은 초미의 관심사이다. SNS에서는 기업의 참여를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문정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농산업의 경쟁력을 올리려면 누구나 이 산업에 뛰어들도록, 더 많은 자본과 기업들이 농업에 들어오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농업전문가는 대규모 기업농의 등장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남았다. 농산물 가격이 비싼가? 품질이 떨어지는가? 최저 임금을 받고 5일만 일해도 일 년 동안 필요한 기본 칼로리를 구입할 수 있는 나라에서 무엇을 더 효율화할 수 있을까. 대기업이 참여하면 농산물 가격이 더 떨어질까? 기업의 참여는 어떤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이 끝도 없이 일어났다. 

지금 이 시기가 중요한 것은 충분한 논의 없이 대기업이 참여하는 기업농이 등장하면 다시 예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니 갈 땐 가더라도 신중히 판단해야만 한다. 기업농이 등장하면 농기업의 인수 및 합병도 본격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2013년 중국 기업이 70억 달러를 들여 미국 최대의 계열화 식품기업인 스미스필드를 인수했다. 중국 기업에 의한 미국 기업 인수로는 최대 규모였다. 또 다른 식품기업 역시 브라질 기업에 인수되었다. 미국에서는 이런 의문이 제기되었다. 그 수익들은 다 어디로 가는 걸까? 

대기업들이 농기업을 운영하게 되면 농산물을 생산하는 지방으로 수익이 돌아가지 않게 된다. 기업농이 성장할수록 농촌지역 경제는 침체되고 장기적으로는 농촌의 황폐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식량의 70% 이상을 수입하는 나라에서 국내 농업생산 기반마저 외국 기업이 인수할 경우 우리의 식량 안보는 어떻게 될까? 우리는 충분히 준비되었을까? 

그럼 대기업은 왜 농업에 진출하려는 것일까? 대기업의 참여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농업은 이제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농업에 엄청난 투자를 한 월가의 큰 손 짐 로저스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기업의 참여를 통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우리나라 농업이 블루오션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지금인가'라는 의문은 남는다. 여기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다. 

김재민 농수축산유통연구소 소장은 LG가 농산물 생산에 직접 뛰어들 수 있었던 배경에 유통구조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과거에는 농산물 유통은 도소매시장 중심이었다. 이런 구조가 지속되었다면 기업의 참여가 불가능했겠지만, 현재는 대형 소매유통점, 대형 식품회사 등 대규모 농산물을 받아 줄 거대 기업들이 즐비하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대만, 일본도 같은 구조이다. 글로벌 규모의 농산물 유통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이 LG가 대형 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금까지 기업농의 참여가 어려웠던 또 하나의 이유는 농업이란 산업의 특징 때문이었다. 농업은 계절적인 특성 때문에 노동자의 상시고용이 힘들었다. 농산물 생산으로 노동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지금도 대부분 규모가 큰 농장에서는 동남아에서 온 저임금 노동자를 활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독일도 마찬가지이다. 규모가 있는 농장에서는 여름철 농번기 동안 동유럽의 대학생과 회사원들이 대거 몰려와 노동력을 제공한다. 대기업이 하기엔 좀 자잘한 일이다. 그런데 온실제어 기술 (일명 스마트팜)이 발전하면서 농장관리의 자동화가 가능해졌고, 수경재배기술과 온실의 결합은 채소작물을 연중 생산할 수 있게 했다. 상시고용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수익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바야흐로 승자독식의 경쟁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농업의 성장과 농촌의 몰락? 

LG를 비롯한 기업의 직접 투자는 농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O", "X"로 대답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 않다. 도대체 농업 경쟁력이란 게 뭘까, 라는 질문부터 답해야 하기 때문이다. 왜 농업이 경쟁력을 가져야 할까라는 질문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왜 그래야만 할까? 

이 질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사실 앞으로 일어날 논쟁의 방향성을 결정한다. 기업의 투자 논리를 되돌아보면 첨단농업을 위해서, 농산물 수출을 위해서라는 답변이 가능하다. 이 목적은 분명 달성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농촌은, 우리 농민은 어떡하나, 라는 질문에는 궁색하기만 하다. 대형마트가 유통산업을 발전시켰는지는 몰라도 골목상권을 붕괴시켰고, 기업의 매출은 늘어났지만 전체적으로는 고용 감소로 이어졌다. 농업과 농촌에서 바람직한 발전 방향일까. 

기업농과 가족농이 경쟁할 경우 기업농이 승자가 될 것은 분명하다. 기술, 노동력, 시장의 최적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대기업이 농업에 진출하면 이미 가속화 단계로 접어든 농촌 붕괴에 치명타가 될 것은 자명하다. 한번 이 흐름으로 접어들면 가족농 중심의 농업은 빠른 게 기업농 중심으로 재편되어 갈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첨단기술은 이러한 흐름을 더 가속화할 것이다. 

그럼 소비자들은 더 값싸고 좋은 농산물을 사 먹을 수 있을까? 미국의 예를 보면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미국의 반기업농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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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소농은 농업소득이 25만 달러 이하의 농가를 말한다. 90%의 농가가 여기에 해당한다. 소농은 대부분 가족농으로 구성되어 있다. 90%의 소농은 26%의 농업 수익을 가져가고, 8%에 해당하는 중농 및 대농이 60%의 수익을 가져간다. 미국에서 기업농이 일반적일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97%의 농장은 가족농에 의해 경영되고 있다. 

미국 농업에서도 경작규모의 확대와 기계화는 중요한 트렌드이다. 가족농은 기업농과 경쟁하기가 어렵다. 기업농의 경작규모가 늘어나도 고용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농장이 규모화하면서 28개의 일자리가 9개로 줄어들었다. 일자리가 1/3 토막 나버린 것이다.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켄터키, 네브래스카, 사우스 다코다 등 미국 중서부 9개 주에서는 반기업 농법(anti-corporate farming laws)이 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의 육계 업체들이 채택하고 있는 수직계열화 금지도 포함된다. 반기업 농법이 강한 주에서 그렇지 않은 주에 비해 낮은 빈곤율, 높은 고용률, 상대적으로 높은 농업소득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 비하면 규모가 크지만 미국의 소농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도시 이주, 고령화, 통합적인 농업정책, 기후변화 등으로 소농들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도 가족농과 소농을 지켜나가기 위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펼친다. 전국적으로 산재한 파머스 마켓, 6차 산업, 유기농에 대한 지원도 여기에 해당한다. 

미국 사람들 역시 소농과 가족농이 자연자원의 보존, 환경보호, 새로운 기업의 설립과 보육, 농촌인구의 유지를 위해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다. 소농은 품종의 다양성 유지, 토지 활용률 증가, 돌려짓기 등 농촌 환경을 건강하게 가꾸어 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마디로 국가의 웰빙을 위해 소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헌법에 경자유전의 원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농의 참여가 논란이 되고 있다면, 미국은 헌법 때문에 각 주에서 반기업농 정책을 펼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네브래스카 주에서는 중국 기업이 인수한 스미스필드가 주도하여 기업농 및 수직계열화를 허용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법안을 추진하는 측에서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네브래스카 농민들에게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돼지 농장을 경영하고 있는 짐 노픽씨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장기적인 영향을 깨닫지 못합니다. 이 법은 내 가족, 내 가족의 가족에게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가족농과 함께 만들어갈 지속 가능한 농촌 

"농업의 혁명인가, 농민의 종말인가"라는 글에서는 농민의 노동자화에 대한 우려와 함께 가족농의 중요성을 다루었다. 헌법의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이 훼손되는 것에 대해 우리 사회는 충분한 토론이 있었는지 물었다. 그 이후 우리나라 농업벤처기업인 만나CEA가 추진한 팜잇 1, 2호 농장의 크라우드펀딩은 대성공을 거두었고, LG의 농업 진출 선언으로 기업농이 더 큰 이슈로 부각되었다. 조금씩 농장을 늘려나가는 접근방법이 뒷문으로 조용히 들어오는 것이라면, LG는 대문 앞에서 '이리 오너라'를 외치고 있다. 

LG의 새로운 시도는 농업계에 자본의 투자라는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농촌의 붕괴라는 우려를 함께 불러일으켰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의 이주량 박사의 주장처럼 "농업 생산은 농민이 담당하고 기업은 농업 전후방 산업을 담당하는 체제"로 가는 게 바람직하지만,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마무리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SNS에서 농업전문가들은 여론의 흐름을 볼 때 "농업계에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동부팜한농에 이어 다음카카오, 그리고 LG까지 기업농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토지의 직접 소유와 수직계열화로 가는 문을 지속적으로 두드리고 있다. 다른 기업들도 마지막 블루오션에 뛰어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과거의 예를 보면 논란이 된 것들이 시행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세계의 황제가 되기보다는 한 명의 농부로 남겠다." - 조지 워싱턴 

기업농의 등장은 우리 농촌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조지 워싱턴의 바람처럼 후손들에게 농부로 살아갈 수 있는 그런 농촌을 물려줄 수 있을까? 네브래스카 농부의 말처럼 대부분의 사람은 장기적인 영향을 깨닫지는 못하겠지만, 대기업의 농업 진출은 장기적으로 우리 농촌의 모습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것이다. 늦었지만 우리 농업과 농촌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 행동에 앞서 진지한 토론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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