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연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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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가 강조되는 곳에서는 가치를 따지지않는다. 눈앞의 성과에 가치는 묻혀 버린다.

스피드를 강조하는 곳에서 가치는 값싼 가격흥정의 대상이 되고 만다. 속도에 내몰리면 자신의 영혼을 지켜내기 어렵다. 영혼 없는 삶은 망망대해에 길을 잃은 일엽편주와 같다.

시간에 쫓기면 영혼은 중심을 잃어버린다. 중심을 잃어버린 삶은 목적지가 없다. 당연히 공허함만 기다리고 있다. 일상에 쫓겨 허둥대다 보면 시간은 형체도 없이 깨어진 파도처럼 눈앞에서 사라진다. 잔인한 시간은 사람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낸다. 위기는 시간의 피해자들에게 운명처럼 다가온다. 속도에 쫓기는 삶의 내면은 불안하다. 사람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혈안이다. 전화기가 울리는 즉시 다급하게 받는다. 당장 받지 않으면 기회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초조함 때문이다. 사람들은 막연한 불안함에 가위 눌린다. 허영심은 속도를 부추긴다. 빨리 해결하고, 더 멋진 것을 얻어내기 위해서 속도는 필요하다. 현대사회에서 속도는 곧 돈이고 권력이고 거부할 수 없는 우상이다. 사람들은 더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 제단 위에 돈을 바친다.

인생은 시간여행이다. 아름다운 여행을 하려면 시간의 연금술사가 되어야 한다. 시간을 녹이고 시간의 질량을 높여 인생의 황금기가 오게 해야 한다. 고도의 집중력, 수없는 가지들을 쳐내는 단순화 작업이 맞물려야 한다.

시간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삶은 달라진다. 나는 개인적으로 매일’좀 더 천천히’를 속으로 외치며 살아간다. 정신 줄을 놓고 가만히 있다 보면 시간은 한순간에 공중분해 된다. 거칠게 밀고 올 때는 인정사정 없다. 때로는 폭력적이다. 시간의 속도로부터 나를 지켜내려고 무진 애를 쓴다. 시간에 밀리면 나를 지켜 낼 수 없다. 쫓기지 않아야 한다. 시간싸움에서 이겨내고 마진을 얻어내야 한다.

나를 지켜내려면 나만의 시간을 확보해야한다. 해가 뜨고 지는 것을 알아차릴 수 없다면 이미 시간에 갇혀 살고 있다는 증거다. 내 영혼을 살찌우기 위한 노력이 없으면 영혼 없는 삶이 된다. 고요한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내 영혼이 어디쯤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달음질하지 않을 때 찾아오는 내면의 불안감을 이겨내야 한다. 기회가 지나간다고 초조해 할 것 없다. 나를 피해 스쳐가는 기회라면 내 것이 아니다. 진짜 그것이 나의 기회라면 발로 걷어차도 나에게로 와 안길 것이라는 자신감을 확보해야 한다. 수없이 울려대는 전화와 문자에 반응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아도 그렇지 않다. 내가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하지 않아야 한다. 그것은 교만이고 허영이다. 박수를 쳐 준다고 내가 늘 거기 서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시간의 횡포는 교묘하게 밀고 들어온다. 조금씩 내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가운데 침범해 들어온다. 나를 서두르게 만들고 정신을 빼앗아 가는대로 방치하면 영혼이 도둑맞는다. 수 많은 일들이 파도처럼 끊임없이 밀려온다. 피할 수 없는, 반드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인가를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한다. 내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곳이라면 사양하는 편이좋다. 속도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날마다 자신을 모질게 다잡는 결단이 필요하다. 속도에 내몰린 사람의 저녁은 피곤하고 왠지 허망하다. 열심히 살긴 했지만 후회와 아쉬움으로 가득해진다. 쫓기는 삶을 산 사람에게는 다가오는 내일이 두렵다. 하지만 속도를 스스로 조절하며 속도 전쟁에서 자신을 지켜낸 사람의 밤은 기쁨이 있다. 정신없이 허둥대지 않은 하루의 삶은 알차다. 내일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시간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초조하지 않고 넉넉하다. 마진을 남긴 삶은 다소 밀려드는 일이 있어도 즉흥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당황하지 않는다.

시간의 흐름에 박자를 맞추면 생동감 넘치는 삶이 가능해진다. 인생은 시간이다. 시간은 생명이다. 삶을 살찌우려면 시간을 살찌워야 한다. 시간을 굽고 녹이고 늘이는 연금술을 꿈꾼다. 인생의 기회는 오늘 주어진 하루를 잘 사는 것이다. 쫓기지않고 살아가는 오늘이 인생의 기회중의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