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돼지머리 고사를 보는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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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 요즘 돼지고기 1킬로그램에 50바트(1900원) 정도 한다.

그런데 돼지를 키우는 비용은 1킬로그램 당 평균 62바트로 돼지농가로선 돼지를 기르면 기를수록 손해라고 한다.

돼지값이 폭락한 것은 공급 정책 실패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돼지고기 수요에 비해 돼지농가가 많으니 가격이 떨어진 것이다.

이 돼지 농가는 인구가 많은 수도 방콕 주변에 많은 게 당연하다.

방콕에서 2시간 거리인 촌부리의 반붕지역 돼지농가들이 돼지값 좀 올라가게 해달라고 `시위성 고사’를 지냈다.

돼지머리300여 개를 절에 가져다 놓고 `돼지값 올려주세요’하고 고사를 지내는 장면이 사진과 함께 태국 신문 곳곳에 났다.

사람들이 공급 정책을 잘못 써 떨어진 돼지 값을 신령님한테 올려달라는 것이 우선 아이러니컬 하기만 하다.

관련하여 생각되는 것은 `태국 사람도 돼지머리를 놓고 고사를 지내네’다.

우리도 개업, 건물 입주, 시산제 등을 하거나 심지어 드라마나 영화 첫촬영을 할 때도 `대박기원’ 고사를 지내는데 이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삶은 돼지머리다.

이 돼지머리가 고사에 사용되는 것은 중국문화 영향으로 봐야한다.

태국도 중국 문화의 영향을 받아 중국계들이 주로 이 돼지머리 고사를 지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원래 태국에는 이런 전통이 없었다고 한다..

돼지머리가 고사에 쓰이게 된 유래는 중국 민간도교에 등장하는

옥황상제(玉皇上帝)다..

옥황상제가 자신을 속인 장군을 돼지로 환생시켰고 사람들이 소원을 빌 때 이 돼지를 중개자로 삼았다는 것이다. 옥황상제는 9세기 정도부터 중국에서 확립된 신이다.

서양이나 기독교에서는 주로 제사의 희생물이 양인데 중국은 소나 돼지였고

소보다는 돼지가 구하기 쉽고 싸기 때문에 고사상 중앙을 차지했다는 말도 전해온다.

원래 고사라는 것이 천지신명에게 복을 비는 주술적 성격으로 다양하게 변화 계승되어오고 있는데, 돼지머리 고사도 여기서 유래된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고사를 지낼 때 보면 절을 하거나 머리를 굽히지 않지만

다른 신앙을 가진 사람도 참가하는 것을 볼 때가 있다.

아마 이것은 현대에 이르러 고사의 성격이 바뀌었기 때문이 아닌가도 생각된다.

돼지머리 고사가 샤머니즘 성격보다는 일의 시작과 각오, 또는 분위기 쇄신을 알리는 엔터테인먼트나 이벤트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리라.

돼지를 한 자로 썼을 때는 돈(豚)인데 순한글의 돈과 발음이 똑같다. 이는 돼지가 곧 돈을 뜻한다고 할 수 있는데, 돼지머리가 들어가는 고사는 대부분 돈과 연관이 깊음을 보면 우연찮다. 고사상에 오른 돼지 입에 돈을 물려주는 것도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돼지는 포유류중 대표적인 다태 동물로 한번에 10마리 이상의 새끼를 낳는다. 저금통도 개나 말이 아닌 통통한 돼지로 만드는 것을 보면 `돼지=돈=고사’의 3단논법이 성립하는 듯 하다.

한국 고사상에 오르는 돼지는 절단부위가 목의 중간쯤 되지만

태국 고사상에 오르는 돼지는 머리를 빠싹 자르는 것도 특이하다.

보통 고사상은 북쪽을 향하게 놓는데 태국도 이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동쪽에 놓기도 한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서쪽에만 안놓으면 된다고 한다.

태국 사람 중 절반 이상이 쇠고기를 먹지 않는다. 대부분 돼지고기를 먹는다. 반면 이슬람은 돼지고기를 금한다. 몇 년전 한번은 쇠고기를 먹지 않는 태국인+ 이슬람을 믿는 태국인과 함께 한국에서 함께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식당선정에 정말 애를 먹었다. 한국에선 뷔페가 아닌 이상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함께 하는 식당이 많지 않다. 어쨌든 `돼지’는 다 같은 `돼지’련만 사람들에 의해 이렇듯 다양하게 이용되고 해석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