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갑오년이 저물고 있다. 청마의 해이기에 한 켠 가득 활기를 담아 시작했던 한 해
도 시간의 법칙에 따라 속절없이 떠나 간다.
연말을 앞두고 수고한 태국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한 해를 마무리 하기 위하여 가라오케 방을 3주 전부터 예약하게 했지만, 장소를 구하기 쉽지 않았다. 이 번 태국의 연말연시는 5일 내지 8일 정도의 긴 연휴가 있다. 푸켓 여행을 위하여 2주전에 항공 티켓을 예약하려 해보았지만, 이도 여의치 않았다. 긴 연휴 기간을 맞아 휴양지로, 해외로 떠나는 태국인들의 행렬이 소비 심리가 위축되었다는 현시점으론 사뭇 이해하기 쉽지 않다.
2014년, 쑤텝의 반정부 진영과 힘겨운 싸움을 하던 탁신의 여동생이 이끌던 잉락 정부는 어느 날 들이 닥친 군인들로 인하여 너무도 쉽게 종결되어 버렸다. 군부의 수장이었던 쁘라윳이 군정의 내각 수장으로 앉았다. 태국의 민주주의가 말살되었고, 독재라는 등의 여러 목소리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다수의 태국 국민들은 군인들의 현 치세를 만족해 하고 있고, 멈추기 힘들다고 느낀 태국 정쟁은 거짓말처럼 사그라졌다.
태국이 변하고 있다.
군인들은 각 관청마다 포진하여 공무원들의 업무를 체크한다. 경찰이 출동할 때 경찰보다 더 많은 군인들이 함께 현장으로 가고, 세무서는 각 법인체를 방문하여 업체 현황을 파악하며 세금 포탈이 있는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다닌다. 약간의 문제가 있더라도 약간의 돈만 지불하면 쉬이 비자를 발급해 주던 이민국에서도 원칙을 앞세운다.
노동허가증(워크퍼밋) 연장을 위한 서류를 제출하면, 예전에는 별 문제없이 1년 기간의 허가증이 발급되었었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지난 1년간의 세금 납부를 꼼꼼히 체크한다.
부가세 신고, 외국인 급여 및 태국인 급여 등을 검토하여, 매출 신고가 저조하다 보이는 회사에서 제출한 노동허가증은 반이 뚝 잘린 6개월만 허가한다.
왕세자비를 배경에 두고 위세를 떨치던 왕세자비의 인척을 포함하여 고위 공직자들이 굴비 꿰듯 줄줄이 비리에 연루되어 체포되고, 낙향하고 있다. 반 부패를 위한 것인지, 솎아 내기 위한 일련의 행위인 지 불분명한 점이 있지만, 하여간…… 태국이 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참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들의 분노가 부패의 연결 고리를 찾아 내어 안전한 국가를 지향하기 위한 길을 모색하리라 보았지만, 진전된 것은 한 점도 보이지 않고, 안전 사고는 여전히 계속 진행형이다.
삽질인 지, 갑질인 지, 봉건 시대 형태의 문제는 각 조직에서 문제점을 표출하였지만, 대한 항공의 비행기가 땅콩 한 봉지 때문에 회항하게 되는 갑질은 여전히 계속 중이며, 의사들은 사람을 죽여도 전문 분야임을 방패 삼아 잘도 피해 다닌다.
올해, 단순 마약 사건으로 경찰에 체포된 한 청년이 있었다. 그 어머니의 부탁으로 재판의 변론을 맡았고, 재판 종결까지 그 청년이 다시 마약에 손대는 일이 없도록 관리를 부탁 받았다. 반강제적으로 숙소를 근처에 마련해 주고 매일같이 점검하여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즉시 한국으로 청년을 귀환 조치했던 사건이었다.
감사의 표시로 청년의 어머니는 수임료 외 금전을 추가로 보내 오시더니, 특별한 날이면 빠짐없이 약간의 물건을 사무실로 배달해 주신다. 연말이 되니 몸 건강하게 일하라고 적지 않은 금액이리라 예상되는 홍삼 원액과 세트를 또 보내 오셨다. 그러시지 말라고 해도, 고맙다고 자꾸 보내 오신다. 변하는 태국과 변하지 않는 것 같은 한국, 그럼에도 평균의 한국인에겐 따뜻한 정이 여전히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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