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라 내 땅이 아닌 외국에서 살아간다는 데는 예상하면서도,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글로벌 시대라 하여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새 도래지에서 꿈을 펼치기 위한 힘겨운 노력이 합법적으로, 혹은 불법적으로 계속된다.
힘겨운 노력 중에 부닥치는 법률 문제는 외국 생활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요소이다. 한국 법도 어려운데, 하물며 태국법에 있어서랴.
방콕 근교에서 자주 발생하던 스포츠 토토 조직이 태국 북부 치앙마이에서도 태국 경찰에 인지, 10여 명이 체포되었다. 보석 절차를 밟고, 변호사를 선임하여 재판을 진행하라는 조언을 하였다. 하지만, 조사 경찰들의 말을 믿고 안일하게 대처하다 결국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 받는 지경에 빠졌다. 경찰들이 예전의 사례를 들어, 벌금형에 그칠 테니 변호사 선임은 불필요한 낭비일 뿐이라고 조언하였던 것이다.
FIFA(국제축구연맹) 조직에서는 온라인 스포츠 도박을 심각하게 생각해 왔다. 온라인 스포츠 도박이 FIFA의 수익을 갉아 먹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불법 온라인 도박을 막기 위하여 FIFA는 인터폴에 활동비를 지원하기에 이른다. 인터폴에서 검거 협조를 받은 태국 경찰과 법원은 불법 온라인 도박을 이젠 예전처럼 다루지 않는다. 심각한 범죄로 다루고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급 경찰들의 말을 믿고 평범하게 대비하게 되면 실형을 면치 못하게 되는 현실이 되었다.
백화점 등에서 소액의 금전을 절취하는 사건들도 마찬가지다. 태국인이 소액 절도를 하면 경범을 취급하는 법원으로 사건이 이관되고, 전과가 없는 한 벌금형으로 종료된다.
하지만, 외국인은 다르다. 실형 1개월 내지 2-3개월까지 선고되는 것이 현실인데도, 태국 경찰들의 조언은 동일하게 나간다. 그냥 재판 받아. 벌금 2-3천 바트로 끝날거야.
당신이 현재 처해 있는 현실은 당사자인 당신의 절실한 당면 과제임에도, 별다른 검토 없이 단순 조언을 하는 그들의 말을 믿어 깊은 수렁으로 들어가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직장에서 간단한 다툼이 일어났다. 감정 문제로 언성이 높아지다, 화가 난 사람이 딱 한대 주먹을 날렸다. 태국에서 간단한 단순 폭행 사건은 벌금형으로 끝나는 사건이다.
태국 형법 295조가 적용되었을 때.
그러나, 제 297조가 적용되면 큰 차이를 나타낸다. 단순 폭행에서 중상해죄로 변경되고 그 형벌은 벌금형 없는 6개월 이상 10년 미만의 징역형에 해당한다. 그 차이점은 사실상 크지 않다.
사람의 신체에 심각한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에 태국 형법 제297조가 적용되는데, 8가지 항목으로 조문에서 열거하고 있다. 그 중 제 8항에서 말하는 20일 이상의 치유기간이 필요하거나 20일 이상 정상적인 활동 수행을 할 수 없는 상태라는 조항이 악용될 수 있는 조항에 해당한다.
가해자가 변호사를 선임하였지만, 단순 폭행죄인 295조 적용을 확신(?)한 태국 변호사의 안일함 덕분에, 297조 조항의 적용으로 기소되어 징역형 2년이라는 심각한 선고형을 받게 되었다. 단 한대의 가격으로 2년 형벌을 받게 된 것이다.
이전까지 어떤 이유로 실형 2년 선고를 받았는지 영문도 모르던 가해자는 원인을 알아 보석 상태에서 항소심을 준비 중에 있다. 모든 재판은 1심 재판이 중요하다. 특히 태국의 항소심은 증인 심문절차나 직접적인 피고의 출석, 진술 없이 변론서로써 재판부가 판단하고 선고한다. 1심 판결을 뒤집기가 무척이나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심에서 검사의 기소장을 꼼꼼히 체크하여 기소된 적용 법률만 정확하게 파악하였어도 이런 심각한 형벌을 받지는 않았으리라 본다. 변호사 선정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가를 보여 주는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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