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통합-합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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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태국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의 상황은 여전히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다. 지난 몇년 간 계속 높아만 진 위기 국면이 조금은 진정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위기의 변동성, 규모, 범위, 지속정도에 대해 신뢰할 만한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우리의 불안감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불안감은 사회, 정치, 문화, 경제 등 각 모든 분야에서 혼돈, 우연성, 돌발성 등이 점점 높아만 지고 있다. 이것은 나비효과와 더불어 복잡계 사회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잡계 사회에는 시작과 끝, 원인과 결과, 안정과 불안정, 중심과 주변 등 상식적이고 전통적인 구분이 의미가 없다. 달라도 다르지 않고 같아도 같지 않은 불일이불이(不一而不二) 가 지배하는 사회다. 이 변화의 물결은 모든 사람들에게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한다.

'합생(合生-concrescence)'이라는 것은 영국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A.N.화이트헤드가 여러 생물체가 서로 영향을 주면서 진화하는 공진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서 처음 사용했다. 합생은 고유의 특성을 지닌 개체들이 유기적 결합을 통해 또 다른 독립적 개체로 진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각 개체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존된 결합이라는 점에서 전통적 개념의 '통합(synthesis)'과는 다르다.

각 개체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유지된다는 점은 결합이 고정적이지 않고, 상황과 목적에 따라 유연하고 창조적으로 변한다는 뜻이다. 즉 '통합'은 어떻게 잘 합성하는 가에 있지만, '합생'은 어떻게 하면 잘 쪼갤 수 있는냐의 문제다.

20세기의 가치인 통합 대신 21세기 가치인 합생에 주몰해야 하는 이유이다. 잘 분리가 되어야 상황과 목적에 맞게 잘 조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합생의 결과에 가장 적합한 비지니스 모델의 예는 위키피디아다. 위키피디아는 수십만개의 잘 분리된 자료(모듈)로 이루어진 합생적 정보 네트워크이다.

만일 오늘 태국에서 대형시위가 발생하면 위키피디아에는 실시간으로 관련항목이 등장한다.세계각국의 대형시위 역사, 시위 지역 정보, 다양한 시위 분석 자료 등 이제껏 독립적으로 존재하던 수만가지의 관련 자료들이 순간적으로 링크로 연결이 된다.

잘 분리된 모듈에서는 누구나 쉽게 참여하고, 변화에 대한 반응도 순간적이다. 참여, 공유, 개방의 세가지 가치를 지향하는 웹 2.0도 역시 합생의 개념을 도입한 대표적 사례이다.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특징이 현대 사회에는 합생이 반드시 필요하다. 요즘 기업이 부르짖는 창조적 혁신이라는 개념 역시 분리와 조합이 지속적, 유기적, 자율적으로 발생하는 합생의 기업문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차지하는 합생의 중요성은 최고의 가치를 가진다.

태국 역시 빠른 속도로 복합사회로 변화 중에 있다. 예전에 가지고 있던 낡은 구호로 무엇을 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우리는 여럿일 때 경쟁력을 한 층 더 강화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