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모바일


PANN

인생의 바닥을 칠 때

hit : 4609, scrab : 0, recommended : 2
 

자신의 밑바닥을 내보이고 싶은 사람은 없다. 바닥을 드러낸다는 것은 자존심 문제다. 바닥이 드러나면 위기상황이다. 바닥이란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인생을 살다 보면 바닥까지 내려갈 때가 있다. 대개자의에 의해서라기보다는 타의에 의해서 벌어진다. 우리는 살 때 키가 큰 나무들이 강풍에 넘어지는 것을 종종 목격했다. 짧은 세월에 높이 오른 나무들의 특징은 뿌리가 얕다는 것이다. 뿌리를 내리는 속도보다 위로 뻗어가는 속도가 빠르면 위험할 수밖에 없다. 뿌리 가 얕은 나무는 강풍에 힘없이 쓰러진다. 나무는 강한 바람에 자존심을 잃고 뿌리를 드러내고 만다. 그토록 우람했던 나무가 허망하게 무너진 모습은 충격적이다.
겉모양만 거목이었던 것이다.

 거목이란 키가 큰 나무가 아니라 뿌리 깊은 나무다.
나무의 자존심은 키 높이가 아니라 뿌리에 있다.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이 불수록 더 단단히 땅속으로 들어 간다. 뿌리는 어떤 일이 있어도 땅밖으로 자신의 실체를 드러내서는 안 된다. 나무는 허영심을 가지거나 자 신을 드러내려는 시위를 하지 않아야 한다. 바람이 많이 부는 바닷가에 선 나무들의 특징은 키가 크는 속도는 느리지만 뿌리는 깊고 강하다는 것이다. 높이 오르고자 하는 유혹을 거부해야 뿌리를 내릴 수 있다. 모진 바람에 시달리면서도 자기의 자리를 지킨 나무들의 내공은 깊다. 올라가기보다 내려감의 용기가 험난한 바닷 가에서 자리를 지키게 한 힘이다. 땅속으로 깊이 내려가는 뿌리는 나무의 자존심이면서 생명이다.

 바닥을 드러내는 그 순간은 위기다. 바람이 불어야 나무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 지 안다. 작은 바람에도 뿌리가 뽑힌다면 묘목이다. 묘목에 무슨 자존심이 있을 리 없다. 얕은 강은 조금만 가물어도 바닥이 드러난다. 사람의 마음도 시련 앞에 서 보아야 깊이를 알 수 있다.
몇 푼의 돈에도 마음이 흔들린다면 뿌리가 얕다는 뜻이다. 누가 몇 마디 했다고 화를 내거나 펄쩍 뛴다면 속 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 찻잔과 같다. 작은 칭찬에도 마음이 들뜬다면 갈대와 같은 마음이다. 무엇인가 유혹하는 대로 휘둘리고 흔들리고 무너진다면 바닥인생을 살아야 한다.

 작은 그릇은 조금만 담아도 넘친다. 쉽게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곳이 많지 않다. 비바람이 강한 곳에서 천년의 세월 동안 꿋꿋이 서 있는 어떤 나무는 높이는 1미터인데 뿌리는 20미터나 된다고 한다. 불어대는 바람 덕택에 뿌리가 깊어지게 된 것이다.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이 없고, 파도가 치지 않는 바다는 없다. 바다를 항해하는 배는 바람을 피할 수 없다.

 인생은 위기의 바다를 항해하는 배와 같다. 바다에서 부는 바람은 친절과는 거리가 멀다. 수시로 바람이 어지러이 불어대며 배들을 뒤집어 엎을 기세다. 종잡을 수 없는 바람으로 바닷물을 크게 갈라놓으면 배는 위 험에 처한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던 바닥이 드러날 때가 있다. 삶이 심하게 요동치면 죽고 싶어진다. 반가운 일은 아니지만 위기를 통과하면서 의외로 얻는 선물이 있다. 위기가 아니면 도무지 얻 을 수 없는 축복이 있다.


 어린 시절 집 마당에는 우물이 있는 경우가 있다. 꽤 깊은 우물이었고 동네 사람들이 물을 길으러 온 기억이 난다. 정기적으로 우물청소도 했다. 우물의 물을 모두 다 퍼내고 바닥까지 완전히 긁어내는 큰 작업이었다. 아마도 시간이 흐르면 이끼가 끼고 노폐물들이 생기니 정기적으로 바닥을 긁어내어야 했던 것 같다. 바닥을 긁어내어 모든 물을 다 퍼내고 시간이 흐르고 나면 다시 신선한 물이 차올랐다. 생수를 얻기 위해서는 바닥 을 뒤집어야 했다. 아슬아슬한 줄을 타고 내려가 바닥을 긁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이 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바닥을 긁는 일은 필요했다.

 거대한 해일이 일어날 때 위협적이지만 바다 깊은 곳까지 뒤집어 놓는다고 한다. 바다 뒤집기로 바다가 다시 새로워지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오염된 바다를 정화하려면 한 번 뒤집어 흔들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묘한 일이다.

 위기는 바닥을 드러낸다. 원하지 않은 바닥, 그곳에서만 비로소 다시 시작되는 일이 있다.

작성자: 한아시아 , 작성일 :
댓글 27 | 엮인글 0

이전글이 없습니다.
'우리'가 아닌 '너'의 행복을 위해



새로 올라온 글

%3Ca+href%3D%22..%2Fthai%2F%22%3E%3Cspan+class%3D%22Klocation%22%3EHOME%3C%2Fspan%3E%3C%2Fa%3E+%3E+%3Ca+href%3D%22..%2Fthai%2Fthailand.php%22+class%3D%22Klocation%22%3E%3Cspan+class%3D%22Klocation%22%3EI%E2%99%A1%ED%83%9C%EA%B5%AD%3C%2Fspan%3E%3C%2Fa%3E+%3E+%3Ca+href%3D%22..%2Fthai%2Fthailand.php%3Fmid%3D22%22%3E%3Cspan+class%3D%22Klocation%22%3E%ED%83%9C%EA%B5%AD%EC%B9%BC%EB%9F%BC%3C%2Fspan%3E%3C%2Fa%3E+%3E+%3Ca+href%3D%22..%2Fthai%2Fthailand.php%3Fmid%3D265%22%3E%3Cspan+class%3D%22Klocation%22%3E%EA%B9%80%ED%83%9C%EC%99%84%EC%B9%BC%EB%9F%BC%3C%2Fspan%3E%3C%2Fa%3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