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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H대학 교무처에 근무한다는 진형기(가명, 35세)란 분에게 전화가 왔다.
진씨의 부친(59세)이 칸차나부리에 소재한 골프장에서 사고를 당하여 방콕 병원으로 후송, 뼈 접골 수술을 받았지만 골프장 측에서 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사고자의 단순과실로 미루려 하는데, 치료비(약40여 만 밧)를 보상받을 방법이 없다는 문의였다.
다음날, 진씨와 함께 3시간여 거리에 있는 해당 골프장에 도착하여 태국인 매니저와 미팅을 가졌다. 매니저는 골퍼인 진씨의 부친이 클럽하우스 앞에서 차를 타고 가다 스스로 떨어졌다는 일방적인 내용만으로 일관했다. 골프장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골프장내 운송용 차량을 살펴 보았다. 트럭을 개조한 차량은 골프장내 손님 이동을 손쉽게 하기 위하여 운전석 외 4줄로 만들어져 있었으며, 의자 양쪽에 보호막이 되지 않은 개조 차량이었다. 또한 클럽하우스 앞에서 승차한 후 유턴을 하여 티업 장소로 이동하는데, 유턴지점은 경사가 가파르게 되어 있어 조그만 부주의로도 사고 발생이 용이한 지형이었다.
누구의 과실인가에 중심을 두지 않고 사건 발생에 대한 개요 진술만을 골프장 측에 요청하였다. 골프장내에서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승소할 수 있을 정도로 유턴 지점은 가파르고 위험했으며, 승객 운송 차량에 안전을 위한 보호대가 설치되지 않은 점만으로도 골프장 측의 과실을 주장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였다. 차량을 타고 가다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사실 확인서를 요구하자 매니저는 순순히 요구에 응해 주었다. 그리곤 인근 관할 경찰서로 사건 접수를 위하여 이동했다.
경찰서에 도착하여 사고 경위를 설명하는 중에 경관이 이미 사건 내용을 인지하고 있는 인상을 받았다. 사고 내용을 듣던 경관은 이 사안은 민사상의 문제로서 사건 접수를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아뿔싸, 지역 유지인 골프장 측에서 이미 연락을 취한 터였다. 그때 태국형법 조항이 떠올랐다. 부주의로 타인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에 형법상 처벌 근거가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니, 경관의 얼굴이 굳어지며 ‘그렇다, 도이 쁘라맛(부주의)에 의한 상해죄가 있다. 접수를 받겠다’고 자세를 바꾼다. 그 때 옆자리 경관이 쉴 새 없이 어딘가로 통화를 하는데 골프장과 연락을 하고 있었다. 골프장 주인의 전화가 온다. ‘사건 신고를 하면 우린 보상 협조를 하지 않겠다. 우선 신고를 철회하면 적극적으로 보상을 논의하겠다’는 내용이다.
사고자의 단순 과실로 돌려 보상을 회피하려던 골프장이 자세를 바꾼 것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사건 접수를 철회한다면 골프장의 태도가 또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노릇. 의뢰인과 논의하여 사건 접수는 계속 진행하되, 골프장의 성실한 보상 협조가 이루어 진다면 신고를 철회하고 쟁소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이 사실을 골프장 측에도 통보하고 사건 접수는 일종의 보험용이라고 표현해 주었다.
오전 9시에 출발하여 오후 11시까지 골프장과 경찰서를 오가며 벌인 기나긴 줄다리기였지만, 의뢰인이 부친을 모시고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가며 감사를 표하는 것으로써 긴 하루의 피로가 상쇄되는 사건이었다.
(김철용: LAW & 路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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