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우리 속담이 있습니다. 잘못된 것을 알았을 때 바로 고친다면 어렵지 않게 바로잡을 수가 있지만, 그냥 내버려두면 큰 노력을 해도 막을 수가 없게 되고 맙니다.
태국 부처님 오신 날은 5월 17일이다. 공휴일이라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간만에 온 가족이 외출을 했다. 5살 조금 넘은 아들놈은 엄마 아빠와 함께 하는 시간이 즐거운 지 시종 재잘거리고 즐거운 표정이다.
팔람 4를 지나고 있는데 전화가 울린다. 메모리 되지 않은 전화 번호… 아마 상담을 원하는 전화일 것이다. 내심 피하고 싶었지만 수신 버튼을 누르고 통화했다.
지난 쏭끄란 기간에 파타야에 놀러 갔다가 음주 운전 단속에 걸렸는데 회사를 옮기는 과정에 비자가 종료된 상태라 불법체류가 동시에 문제가 된 사건이라고 한다. 보석금 2만 바트를 내고 일시 석방되었는데 담당 경찰이 금전을 요구하며 2만 바트를 더 주지 않으면 구속시키겠다고 협박조로 나오는 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내용이었다.
보석 후에 한국으로 출국하여 여권에 대한 문제는 해결되었고 5월 초에 음주 운전에 대한 1차 심리를 하였으며 내일 18일 오전에 다시 공판이 열린다는 다급한 목소리의 내용이다.
의뢰인은 담당 경찰의 협박에 대한 부분을 해결해 주었으면 했고, 단순 음주 사건에 경찰이 개입하여 한국인에게 금전을 요구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 간단하게 처리가 가능한 일이라 생각하고 통화를 끊었는데 이상한 생각이 들어 다시 의뢰인과 통화를 했다.
혹시 음주 운전과 여권 문제 외에 다른 문제가 있지는 않았느냐, 단순 음주 운전에 해당한다면 음주 단속에 걸린 직후 1~2일 이내에 재판을 받고 벌금형으로 끝나는 것이 보통인 데 여러 차례에 걸쳐 공판을 받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 다른 문제가 있었다면 솔직하게 이야기 해 달라.
잠시 머뭇거리던 의뢰인은 다른 문제는 없었다고 잘라 말한다. 의뢰인이 말을 않는데 달리 더 캐 물을 수도 없어 담당 경찰관 연락처를 요청 하였고 사무실에 연락처가 있으니 잠시 후에 통화하자고 한다.
휴일이지만 태국 변호사를 스탠바이 시켜 놓고 가족 나들이를 포기한 채 전화를 기다렸지만…감감 무소식. 다시 전화를 걸었다. 수 차례 통화를 시도하였지만, 계속되는 전화벨에도 상대방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 필자의 가족과 태국 변호사의 휴일을 빼앗고도 전화벨은 답이 없다.
법률 상담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의뢰인의 진실성이다. 자신의 치부를 감추고 원하고자 하는 부분만 진술하면 사건을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경찰관이 금전을 요구해 온 것은 다른 사건이 결부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고, 밝히고 싶지 않은 내용일 지라도 그 사건에 대한 내용을 솔직히 밝히지 않으면 해결이 불가능하다. 사건 의뢰를 하는 경우 의뢰인과 상담자는 진실을 기본으로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사건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