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합병원 마취통증학과에서 마취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빡빡한 수술 일정으로 밥 먹을 새도 없이 바쁜 때를 대비해 우리는 컵라면, 과자 같은 비상 간식을 늘 쌓아 둔다.
그날도, 마취과 과장님이 슈퍼에서 라면 한 상자를 주문하셨다. 배달 온 상자를 신나게 받아들던 우리는 순간 멈칫했다.
상자 위에 휘갈겨 쓴 글씨로 “○○병원 마치과 앞”이라고 적혀 있는 것이 아닌가. 마치과? “어머, 우리가 언제 치과로 옮겼어?” “마 선생님은 어디 계시대?” 덕분에 한바탕 웃을 수 있었다. 그런데 사건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고, 배달될 때마다 일어났다.
“슈퍼 아저씨께 고합니다! 여기는 치과가 아니라고요~. 제발 '마취과'로 적어 주세요.”
필자 : 성은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