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옛날 에티오피아에 칼디라는 양치기 소년이 있었다. 어느 날 칼디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양떼를 몰고 풀을 먹이러 나갔는데 그날 밤 양들이 밤늦게까지 흥분하여 잠을 자지 않고 울어 댔다. 비슷한 일이 몇 번 반복되었고, 칼디는 양들이 어떤 나무의 빨간 열매를 먹고 나면 자지 않고 흥분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를 신기하게 여긴 칼디가 그 열매를 씹어 보니 아주 좋은 기분이 드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칼디는 근처에 사는 율법학자에게 그 열매를 보이며 이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율법학자는 악마의 열매라고 하면서 불 속에 던져 버렸는데 열매가 구워지면서 아주 향긋한 냄새가 났다. 율법학자는 생각을 바꾸어 이 열매를 갈아 시험 삼아 마셔 보았다. 그런데 정말 한밤중까지 정신이 또렷하고 잠이 오지 않는 것이었다. 율법학자는 그 열매가 밤샘 기도를 하는 동안 쏟아지는 잠을 물리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기도에 이용하였다
이 빨간 열매가 바로 커피이다. 오늘날 커피는 하루에 약 25억 잔이 소비되고 있으며, 경제적 가치가 석유 다음이라고 한다.
커피를 처음 언급한 사람은 11세기 아라비아 의사이자 철학자였던 아비시니아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도 에티오피아에서는 커피를 마셨다. 커피는 1100년경에 에티오피아에서 아라비아 반도까지 이동하여 예멘 지역에서 처음 경작되었다. 처음에 사람들은 커피를 음식으로 보지 않았다. 특히 이슬람교 신비주의자인 수피교도들은 밤샘 기도를 할 때 커피를 마시면 황홀경에 도달하여 신에게 더욱 가까이 갈 수 있다고 믿었다. 또한 커피가 천연두와 홍역을 예방해 주며, 통풍이나 역병을 치유해 주기도 하고 최음제 효과도 있다고 믿었다.
13~14세기에 커피는 아라비아를 거쳐 이집트와 터키 제국으로 전해졌다. 터키에서 처음으로 덮개가 없는 화로에 원두를 굽고, 구운 원두를 분쇄하여 끓는 물에 우려 마시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현재 우리가 즐기는 커피의 초기 형태라 할 수 있다. 커피에 대한 열기가 높아지면서 1475년에 터키 콘스탄티노플에 세계 최초의 커피하우스가 생겼다.
16세기 후반부터 베네치아 상인들의 주도로 유럽에 커피가 수입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 새로운 음료를 의심했다. 심지어는 커피를 악마의 음료라고 부르며 교황이 이를 금지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커피가 각종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으로 소개되면서 상류층에 급속하게 퍼져 갔다. 1671년 프랑스 리옹에서 출판된 한 책자는 커피를 차가운 체액을 말리고 간을 보호하며, 몸과 피의 부패를 낫게 하고 심장을 신선하게 하고 위통을 완화시키며, 눈병과 감기를 막아 주는 '만병통치약'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커피가 처음 유럽에 전해졌을 때는 접하기 어려운 것이어서 궁정 사람들과 귀족에게만 알려진 사치품이었으나 일단 상업적으로 유용해지자 일반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호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