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보이와 바카라
동남아시아의 홍콩, 타이,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을 여행하노라면 본래의 남성이 또는 본래의 여성이 성(性)을 전환시켜 탄생된 새로운 인종을 볼 수 있다. 이들은 구미지역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게이’나 ‘레즈비언’과는 그 부류가 또 다르니 완전히 의술에 의해 성을 바꿔버린 사람들이다.
동남아시아의 다른 지역에서는 이들을 무엇이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필리핀에서는 이들 남장여인(男裝女人)을 ‘톰보이’라고 하고 여장남성(女裝男性}은 ‘바카라’라고 부른다.
그리고 바카라가 압도적으로 많다.
바카라는 남성이라면 누구라도 한 눈에 반하도록 세련되고 예쁘다. 이들의 직업은 디자이너, 호스테스, 모델, 미용사, 쇼걸, 그리고 대부분은 밤거리의 여자로 일한다.
늘씬한 몸매에 긴 머리, 부풀린 가슴, 그리고 진 한 화장과 액세서리로 치장한다. 손톱을 뾰족하게 다듬어 매니큐어를 칠하고 굽 높은 힐을 신었으며 미니 스커트를 입었다. 그리고 향수를 뿌리고 작은 핸드백을 든다.
걸음을 걸을 때에 긴 머리를 목덜미 뒤로 쓸어 넘기는 폼하며 가슴을 내 밀고 엉덩이를 요란스레 흔드는 것이 영락없는 집시, 돈 호세를 뇌쇄 시킨 ‘칼멘’이다.
또한 톰보이의 차림은 서부의 웨스턴 스타일이다. 카키 바지와 체크 무늬의 셔츠를 입고 짧은 가죽 조끼를 걸쳤다. 투박한 남성화에 남성용 시계를 차고 검은 파이롯트 선글레스를 낀다.
나는 바카라들이 일하는 미용실을 자주 간다. 거울 앞에 앉아 머리를 다듬으려고 미용사를 부르니 쌘달 소리도 요란하게 바카라가 다가온다. 이 미용실에는 바카라가 4명 있다. 가슴은 풍만하고 귀걸이는 달랑 걸리지만 바카라가 틀림없다. 빗과 가위를 들고 머리를 자르기 시작한다. 어찌나 춤을 추듯 율동적으로 움직이는지 가위 끝으로 어딘가를 찔릴 것 같아 조마조마하다.
그러나 익숙하게 머리를 다듬고 드라이어로 마무리를 하니 손질하는 솜씨가 마음에 쏙 든다. 바카라는 서비스라며 매니큐어까지 새로 발라준다.
이들이 바카라인지 아니면 오리지널 여성인지를 가름하기는 쉽지 않다. 외모의 골격이 다소 야무져 보이기는 하지만 화장술이나 제스처 그리고 톤 높은 비음의 목소리가 완전한 여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굳이 바카라의 특징을 들자면 “여성적이라고 하는 모든 것을 총 동원한 완벽한 여성”이라는 것이다.
마스카라로 치켜올린 눈을 사정없이 깜박거린다. 엉덩이를 심하게 흔들며 발목이 부러지도록 높은 힐을 신는다. 아무데서나 콤팩을 꺼내서 콧등을 두드리고 소리 내어 껌을 씹는다. 미니스커트를 입고 앙증스런 빽을 든다.
어떤 바카라는 아이(5,6세)까지 빌려 가지고 다니면서 “맘..(엄마)맘”... 하는 소리를 들으려고 아이를 줘 박기까지 한다. 누가 그녀? 에게 “당신이 낳았느냐”고 묻기라도 하면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락꼬 락꼬”(웃겨, 웃긴다.)하며 북한의 여가수처럼 높은 콧소리로 아이를 낳을 때 힘들었다는 거짓말을 늘어놓는다. 그러나 그 거짓말도 성전환 수술의 완전한 성공 사례(事例)로서 아무도 시비하지 않는다.
결국 본인은 여자가 아니기 때문에 여자의 매력이라고 생각되는 것만을 총 동원시킨 것이 오히려 가짜임을 드러나게 한다.
나의 친구 알리스쿠르스의 오빠도 바카라다. 그는 남자고등학교 교사였는데 핸섬한 남학생만 보면 몸을 꼬고 추파를 던지는 바람에 학교에서 쫓겨나 지금은 여학교에서 근무한다.
타이의 빠타야에는 이들 바카라들 만의 쇼-단이 있다. 코미디와 노래와 춤으로 재주를 보여준다. 이들은 단체생활을 하면서 쇼-단의 수입으로 공동의 숙명적 과제인 성전환 수술비를 장만한다. 이들이 수영복을 입고 멋진 여성이 되어 무대에 나왔는데 도무지 남성들이라고는 상상을 할 수 없을뿐더러 너무나 세련되고 섹시해서 부러울 지경이다. 그래도 어느 한 곳은 남성으로 남아 있겠지..?하고 염치불고하고 눈 여겨 찾아보았지만 남성인 곳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들은 심 볼을 아예 수술로 제거해 버렸거나. 오랫동안 여성 호르몬을 투여하여 퇴화해버린 가죽뿐인 심 볼을 뒤로 잡아매어 그 끈을 허리에 묶었다한다. 쇼가 끝나고 밖으로 나온 바카라들은 남자 관람객들과 어울려 기념촬영을 해주고 팁을 받는다. 남편에게 매달린 요염한 바카라에게 어찌나 질투심을 이는지....
바카라들의 연중행사인 미스 바카라 선발대회는 언제나 대성황이다. 해를 거듭하면서 완전한 바카라를 탄생시키는데 출전한 미인은 물론 뒤를 보살펴주는 샤프론과 행사 위원들 모두가 바카라다. 샤프론 들은 미인들의 화장을 고쳐주고 땀을 닦아 주기도하며 자상하게 신경을 쓰니 마치 어머니 같다. 이러한 바카라 즉 성전환 자들은 인구 5만 명 중 1명 꼴이라 하는데 종족이나 사회계급에는 관계가 전혀 없다한다.
믿을 만한 보고서에 의하면 동성연애자인 핸리오가발루스 황제는 아내 역할을 하기 위하여 황제 자신의 성을 바꿔주는 의사에게 로마제국의 반을 주겠다고 했다는 기록도 있다. 참으로 알 수 가 없는 일이다. 여자가 되고 싶어서 안달을 하는 남자들이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