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치인 티나 박
2009-08-26
LA카운티 커뮤니티 칼리지 디스트릭트 최연소 여성 이사
"한인 등 아시안계 학생들 권익 옹호 앞장설 것"
"벌써부터 주 상원의원 출마 제의도 받지만 우선 4년 임기의 교육평의회 이사로서 맡은 바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생각입니다."
한국인으로는 최초이고 여성으로서는 최연소로 지난 5월 1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커뮤니티 칼리지 디스트릭트(교육구) 교육평의회 이사에 당선된 티나 박(33.한국명 다희) 씨.
여성부와 인천광역시, 매일경제신문사 공동주최로 25∼28일 하얏트리젠시인천 호텔에서 열리는 제9회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그는 25일 저녁 인터뷰에서 유창한 영어와 우리말을 섞어가며 '정치인'(politician)으로의 화려한 변신을 당당히 밝혔다.
"5명이 입후보했는데 40대 흑인 여성인 현직 이사와 제가 결선 대결을 벌였고 마침내 승리했습니다. 현직 이사를 꺾고 당선된 것은 3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야단이었습니다."
박 씨는 올 3월 예비선거에서 2위를 차지했고 결선 투표에서 14만8천243표(54.2%)를 얻어 현직 이사인 안젤라 레독 후보를 2만3천여 표차로 여유있게 누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그는 6살 때인 1983년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갔고 뉴욕 롱아일랜드 호프스트라대학 4학년 때 전국에서 12명 중 한 명으로 뽑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들어갔다. "당시 저희 학교에서 수 백명이 응모했는데 저 한 사람이 선발됐습니다."
그리고 2003년 NYSE와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3개 금융기관이 참여해 미국내 7개 대형은행들 간의 '빅딜'을 성사시킨 '글로벌 세틀먼트' 작업에 참여했고 2005년 LA로 이주해 3년간 프라이빗 컨설팅 회사에서 일했다.
그러다 2008년 11월 미 대선 직후 민주당 정가 모처로부터 LA카운티 커뮤니티 칼리지 교육구 교육평의회 이사로 출마하라는 제의를 받았다.
"2008년 미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진영에서 선거자금을 모으는 일에 참여하면서 보여준 능력을 높이 샀던 모양입니다. 도와주겠다며 출마를 권유했습니다."
그가 LA 커뮤니티 칼리지 디스트릭트에서 일한 것은 7월 15일 선서를 한 후부터 고작 한 달여밖에 안됐지만 '초짜' 분위기를 풍기지 않는다.
"내달 디스트릭트 챈슬러(교육구청장)을 임명해야 하고 기업이나 '인바이론멘탈 그린'(Environmental Green) 같은 단체들과 자매결연해 대졸자들의 일자리를 늘려주는 사업도 시작했습니다."
LA 커뮤니티 칼리지 디스트릭트 안에 상ㆍ하원 지역구가 포함돼 있어 이 지역 교육평의회 이사가 갖는 영향력이 지대하다. 자기 지역구 내 학교에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상ㆍ하원 의원들의 노력이 치열하단다.
LA 커뮤니티 칼리지 디스트릭트에는 9개의 칼리지가 소속돼 있고 미국내 수 백개 커뮤니티 칼리지 디스트릭트 가운데 제일 크다. 4년 임기의 평의회 이사 7명이 이 교육구의 모든 지출을 승인하고 정책을 감독한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여성으로서는 최연소로 이런 자리에 오르니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들의 사기가 오르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아시안계 학생들로부터 관내 학교를 방문하는 '캠퍼스 투어'는 언제하는지 등을 묻는 이메일을 많이 받습니다. 학교에서 한인 학생들에게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말도 듣고 있습니다. 또 선서식에서도 한국말로 '한인들에게 힘이 되겠다'고 말했거든요. 조만간 아시안계 미국인들을 위한 여러 지원책이 강구될 것입니다."
신학대학 총장인 아버지와 한의사인 어머니를 둔 1남2녀 중 차녀인 그는 아직 미혼이다.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