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오해와 진실> ① 도 넘은 공포
연합뉴스 | 입력 2009.08.30 07:02 | 수정 2009.08.30 11:23 | 누가 봤을까? 30대 여성, 광주
공포 확산..휴교, 병원 북새통, 위생용품 불티
전문가들 "차분한 대응 필요하다"..대부분 완치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국내에서 신종인플루엔자로 인한 3번째 사망자가 나오면서 `신종플루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가벼운 감기 증상에도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으며, 대형 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위생용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시민들의 불안감도 지나치게 높아져 자칫하면 사회적인 `패닉' 양상으로 번질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신종플루는 치사율도 낮고 대부분 완치되기 때문에 지나친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막연한 불안감에 떨기보다는 침착하고 차분하게 대응하는 자세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 국민 69% "신종플루 불안하다"
최근 2주 새 신종플루 사망자가 3명이나 나오자 사람들 사이에 공포감이 점차 확산되는 모습이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종플루 감염 우려에 대해 21.9%가 '매우 불안하다', 47%가 '다소 불안하다'고 답해 68.9%가 불안감을 드러냈다. 이는 3번째 사망자가 나오기 전에 조사한 결과여서 지금은 더욱 부정적인 결과가 예상된다.
교사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이모(24.여)씨는 "혹시라도 하는 마음에 될 수 있으면 학원이나 독서실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피하려고 한다. 누구나 걸릴 수 있고 예방도 불가능한 것 같아 두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신종플루 치료 거점병원은 가벼운 감기 증상에도 병원을 찾는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응급실 입구에 진료소를 차린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칼에 찔리거나 화상을 입어서 오는 진짜 응급환자를 치료할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 응급실 본래 기능이 마비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포구의 한 거점약국 약사는 "환자가 너무 많이 찾아와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다. 전화도 많이 걸려 오는데 하루종일 정신이 없다"고 전했다.
1천여명의 학생 환자가 발생하면서 휴교 사태도 잇따르고 있다. 25일 현재 전국에서 19개 학교가 휴교하고 27개 학교가 개학을 연기한 상태다.
고등학생 A양은 "학교에서 누가 신종플루에 걸렸다는 소문이 돌기도 한다. 소문의 주인공이 된 학생은 다른 애들이 상대를 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불안감을 반영하듯 위생용품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대형 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마스크, 세정제, 체온계 등 위생용품 판매가 최근 크게 늘었다. 수입 손세정제의 경우 지금과 같은 판매 추세가 이어질 경우 1~2주안에 대형 마트의 재고 물량이 바닥날 전망이다.
◇ 공포감 지나쳐..전문가들 "차분한 대응 필요"
하지만 신종플루에 대한 시민들의 공포감은 다소 지나친 면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신종플루 공포'를 크게 확산시킨 요인 중 하나는 신종플루 대유행 시 최대 2만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 정부 자료였다. 하지만 이는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별다른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만명 사망 시나리오는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 백신, 의료시설 등을 확보하자는 의미로,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한 시나리오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오히려 국내 신종플루 확산 양상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당히 양호한 편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28일 0시 현재 3천962명의 신종플루 확진환자 중 3명이 사망해 사망률이 0.08% 수준이다. 이는 사망률이 1~1.5%에 달하는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은 물론 미국, 영국, 호주 등의 선진국보다 낮은 수치다.
과거의 유행병과 비교해 봐도 사망률은 낮은 편이다. 큰 문제를 일으킨 사스(SARS)의 사망률 10%와 조류인플루엔자(AI)의 60%보다 훨씬 낮고, 1918년 스페인 독감의 2.5%보다도 낮다.
전반적인 치료 현황도 `공포'와는 거리가 먼 수준이다.
4천명에 가까운 신종플루 환자 중 7명만 입원 치료를 받고 있고 1천633명은 증상이 경미해 자택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나머지 2천여명은 이미 완쾌된 상태다.
박승철 국가신종인플루엔자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지금까지는 `이기는 전쟁'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신종플루와의 싸움에서 이기고 있는데 `신종플루 공포'와의 싸움에서 기 죽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의 안이한 대처로 혼란과 불안이 가중된 측면은 있다. 하지만 국민 개개인이 신종플루에 대한 공포를 느낄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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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차분한 대응 필요하다"..대부분 완치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국내에서 신종인플루엔자로 인한 3번째 사망자가 나오면서 `신종플루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가벼운 감기 증상에도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으며, 대형 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위생용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시민들의 불안감도 지나치게 높아져 자칫하면 사회적인 `패닉' 양상으로 번질듯한 모습이다.
◇ 국민 69% "신종플루 불안하다"
최근 2주 새 신종플루 사망자가 3명이나 나오자 사람들 사이에 공포감이 점차 확산되는 모습이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종플루 감염 우려에 대해 21.9%가 '매우 불안하다', 47%가 '다소 불안하다'고 답해 68.9%가 불안감을 드러냈다. 이는 3번째 사망자가 나오기 전에 조사한 결과여서 지금은 더욱 부정적인 결과가 예상된다.
교사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이모(24.여)씨는 "혹시라도 하는 마음에 될 수 있으면 학원이나 독서실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피하려고 한다. 누구나 걸릴 수 있고 예방도 불가능한 것 같아 두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신종플루 치료 거점병원은 가벼운 감기 증상에도 병원을 찾는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응급실 입구에 진료소를 차린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칼에 찔리거나 화상을 입어서 오는 진짜 응급환자를 치료할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 응급실 본래 기능이 마비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포구의 한 거점약국 약사는 "환자가 너무 많이 찾아와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다. 전화도 많이 걸려 오는데 하루종일 정신이 없다"고 전했다.
1천여명의 학생 환자가 발생하면서 휴교 사태도 잇따르고 있다. 25일 현재 전국에서 19개 학교가 휴교하고 27개 학교가 개학을 연기한 상태다.
고등학생 A양은 "학교에서 누가 신종플루에 걸렸다는 소문이 돌기도 한다. 소문의 주인공이 된 학생은 다른 애들이 상대를 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불안감을 반영하듯 위생용품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대형 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마스크, 세정제, 체온계 등 위생용품 판매가 최근 크게 늘었다. 수입 손세정제의 경우 지금과 같은 판매 추세가 이어질 경우 1~2주안에 대형 마트의 재고 물량이 바닥날 전망이다.
◇ 공포감 지나쳐..전문가들 "차분한 대응 필요"
하지만 신종플루에 대한 시민들의 공포감은 다소 지나친 면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신종플루 공포'를 크게 확산시킨 요인 중 하나는 신종플루 대유행 시 최대 2만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 정부 자료였다. 하지만 이는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별다른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만명 사망 시나리오는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 백신, 의료시설 등을 확보하자는 의미로,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한 시나리오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오히려 국내 신종플루 확산 양상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당히 양호한 편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28일 0시 현재 3천962명의 신종플루 확진환자 중 3명이 사망해 사망률이 0.08% 수준이다. 이는 사망률이 1~1.5%에 달하는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은 물론 미국, 영국, 호주 등의 선진국보다 낮은 수치다.
과거의 유행병과 비교해 봐도 사망률은 낮은 편이다. 큰 문제를 일으킨 사스(SARS)의 사망률 10%와 조류인플루엔자(AI)의 60%보다 훨씬 낮고, 1918년 스페인 독감의 2.5%보다도 낮다.
전반적인 치료 현황도 `공포'와는 거리가 먼 수준이다.
4천명에 가까운 신종플루 환자 중 7명만 입원 치료를 받고 있고 1천633명은 증상이 경미해 자택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나머지 2천여명은 이미 완쾌된 상태다.
박승철 국가신종인플루엔자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지금까지는 `이기는 전쟁'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신종플루와의 싸움에서 이기고 있는데 `신종플루 공포'와의 싸움에서 기 죽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의 안이한 대처로 혼란과 불안이 가중된 측면은 있다. 하지만 국민 개개인이 신종플루에 대한 공포를 느낄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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