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미국 본사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했던 나이 아웅(35)씨는 2012년 조국인 미얀마로 돌아왔다. 미얀마에서 고교 졸업 후 미국 스탠퍼드대(경영학 석사)로 유학 갔던 그에게 실리콘밸리는
'꿈의 직장'이었지만, 귀국해 창업하는 길을 택했다. 그가 2013년 창업한 '오웨이'는 미얀마 첫 온라인 여행사로 현재 직원 100명이 일하고 있다. 그는 "미얀마가 개혁·개방의 길로 나가는 것을 보고 돌아왔다"며 "내 미래는 실리콘밸리보다 미얀마에 있다"고 했다.
개혁·개방에 나선 미얀마는 지금 돈과 인재를 빨아들이며 빠르게 변하고 있다. 2011년 외국인투자법을 전면 개정하자 포드·코카콜라 등 글로벌 기업이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임경주 이랜드 미얀마 법인장은 "지난 4년간 미얀마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됐다"고 말했다.
◇베트남보다 임금은 절반, 생산성은 85%
양곤 시내에서 30㎞ 떨어진 띨라와 경제특구는 미얀마 경제의 미래로 꼽히는 곳이다. 대형 트럭과 공사 장비가 몰리면서 입구부터 1㎞ 넘게 차량 정체가 이어졌다. 중국식 경제특구를 모델로 일본계 종합상사와 공동 개발 중인 이곳에는 자동차 부품, 가전, 건설 자재 등 분야의 업체 32곳이 입주를 확정했고, 여섯 업체가 추가 협상 중이다.
토지 판매 담당자인 사토 간(佐藤観) 부장은 "양곤 지역 월평균 임금은 71달러로 태국의 5분의 1, 베트남의 2분의 1 수준이라 경쟁력이 높다"고 했다. 노동생산성은 베트남의 80~85% 수준으로 알려졌다.
미얀마는 1962년 군부 쿠데타 이후 '버마식 사회주의'가 시행되면서 1인당 GDP가 수십 년간 정체 상태였다. 하지만 2011년 출범한 테인 세인 정부가 수출입 통제를 완화하고 이동통신 등 각종 사업권을 국내외 기업에
개방하면서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다. 불과 3년 만에 거리 곳곳에 ATM(현금 인출기)이 생기고, 2000달러나 하던 휴대전화 심카드(정보를 담는 칩) 가격은 1.5달러로 떨어졌다.
레이 레이 테인 미얀마 국가계획경제개발부 차관은 "경제 개발 계획과 외국의 차관을 최대한 활용해 인프라 환경을 개선, 외자를 적극 유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 7~8% 고속 성장에 소비 꿈틀
아시아개발은행(ADB)은 미얀마 경제가 앞으로 10년간 연 7~8% 성장해 2030년까지 1인당 GDP가 2000~3000달러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면서 미얀마를 '아시아의 떠오르는 스타'라고 표현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미얀마가 앞으로 몇 년간 연평균 8.25%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990~2010년 미얀마 경제의 연평균 성장률(4.7%)의 2배 가까운 성장세다.
2003 회계연도(2003년 4월부터 2004년 3월) 1억달러에도 못 미쳤던 미얀마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테인 세인 정부 출범 이후 2013 회계연도에 41억달러로 40배 늘어났다.
외국 기업도 몰려들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에 양곤에만 일본 대형 종합상사 직원들이 1000명가량 들어오면서 임금과 부동산 가격도 치솟고 있다.
손승호 한국수출입은행 양곤 지사장은 "양곤 지사 사무실의 1㎡당 임대료가 서울 압구정 상가만큼 비싸다고 하면 믿지 않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농촌 인구가 많아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은 1270달러 수준이지만, 상류층은 보트를 보유할 정도로 잘산다. 양곤에 진출한 보트 제작 업체 '세마스 미얀마'의 김환주 대표이사는 "레저용 등으로 척당 5000만원 이상인 보트를 사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2011년 집회와 시위가 허용됐고, 2012년엔 언론 사전 검열제가 폐지됐다.
안재용 코트라 양곤 무역관장은 "88년 민주화 시위 이후 군부가 대학을 3년제로 바꾸고 연구·교육 기능도 상당수 없앴지만 최근 다시 4년제로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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