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이 좋은 시골 형사 이야기
나는 지금 서울에 있다. 그래서 참으로 ‘오랜만에’ 일반 시사회에 가서 <거북이 달린다>를 보았다. 역시 매우 ‘오랜만에’ 가본 서울극장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영화제가 아닌 일반 극장에서 영사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역시 실로 ‘오랜만에’ 보게 되었다. 이 영화를 만든 이연우라는 감독은 전작이 <2424>였다. 그러나 나는 그 영화를 본 기억이 없다. 김윤석을 내세운 이 영화는 예산이라는 지역을 배경으로 한 시골형사의 고군분투를 그려낸다. 이 말은 영화의 많은 것을 김윤석에게 기대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윤석이 연기하는 조필성 형사는 그렇게 유능해보이지도 않고 적당히 살아가는 중년남성으로 보인다. 그런 군청 소재지에 강력사건이 많을 리 없으니 이 시골형사는 사건을 만들어 실적을 올리기도 한다. 그를 ‘더티캅’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누가 봉투를 찔러주면 굳이 마다하지는 않는 형사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희대의 탈주범과 대결을 벌이게 된다. 여기서 일부러 <추격자>를 떠올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일단 <거북이 달린다>는 코미디이고 농촌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장점은 예산과 같은 군청소재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만큼 그런 지역의 생활에서 엿볼 수 있는 디테일이 잘 묘
사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찌질한 아버지인 조필성 형사의 캐릭터를 두고 지금 현실과의 관계를 애써 유추해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몇몇 에피소드는 웃음을 자아낸다. 특히 조연들의 연기는 영화를 풍요롭게 만든다. 그러나 정경호나 선우선, 견미리는 많은 것을 한 것 같지는 않다. 김윤석의 팬이라면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영화가 <거북이 달린다>이다.
개인적으로 충남 서산 출생으로 대전에서 자란 나는 이렇게 충청남도가 배경인 영화를 좋아한다. 비교적 그 지역 사투리에 익숙하고 정겨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국영화도 더 다양한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로컬’ 영화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