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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 쵸이와의 대화...

작성자: narak, 날짜 : , 업데이트 : hit : 5079, scrab : 0 , recommended : 0


태권도 태국 국가대표 팀 최고의 얼짱 "Jib".




그는 어제 일요일 아침 비행기로 라오스에 갔답니다.
12월 9일부터 20일까지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과 빡세라는 동네에서 인도차이나 주변의 동남아시아 11개 나라가 참가하는 제25회 SEA(South East Asia) GAME에 출전 중입니다.

출전한 모든 체급에서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6월에 최 감독과 자주 어울려 다녔는데 그 때 들은 이야기들의 기록입니다.

태권도와 그에 대한 사소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매번 나락이가 먼저 술에 취하는 바람에 기록을 제대로 하지 못해 흘린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역시 그의 걱정대로 술기운 덕분에 많은 부분들이 빠짐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최 감독님에게 죄송하다는 말씀 다시한번 드리면서 최 영석 감독님을 비롯한 그의 팀 모두에게 화이팅을 외칩니다.

태권도 태국 국가대표 팀 최영석 감독의 이야기입니다.

그럼...........즐감하십시오.




*** 생년월일과 고향, 직업을 말씀해 주세요.

1971년 4월 30일 경기도 성남에서 태어났습니다.
2002년 2월 1일부터 현재까지 태권도 태국 국가대표 팀(17세 이하 청소년 팀 포함) 감독직을 맡고 있습니다.


***  태권도를 하게 된 동기는?

저는 주위의 다른 선수들보다 늦게 시작했어요. 초등학교 때 육상을 했는데 그 때 3년 선배가 임춘애 선수입니다.
임춘애 선수하면 가장 먼저 가난과 라면으로 기억되지만 당시 우리학교 육상부에서 제일 부자였습니다.

6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 체육을 담당하고 계셨는데 우연찮게 태권도 체육관 관원 모집 찌라시를 보게 되었고, 마침 친한 친구가 도장을 다닌다 해서 몇 번 따라다녔습니다. 친구가 하니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우리 집은 너무 가난해서 어머니한테는 도저히 말씀을 드릴 수가 없었어요. 그 사실을 아신 사범님이 한 달치 회비를 내주신 덕분에 3개월 동안 엄마 몰래 태권도 도장을 다니게 되었어요. 물론, 나머지 두 달 회비는 제가 용돈을 모아서 냈습니다..

나중에 어머니께서 사실을 아셨고, 공부를 해야 하는데 엉뚱한 짓을 하고 다닌다고 많이 혼났습니다.
당시 어머니의 꿈은 아들을 대학교수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사부님이 어머니를 만나서 재능이 있어 보인다고 태권도를 하게 해달라고 하셨고, 결국 어머니와는 초등학교 졸업 때까지만 하기로 약속하고 체육관 회비는 어머니께서 내주셨어요.

그렇게 3개월 지나고 대회를 나가는데 선수 한 명이 부족한 것입니다. 품띠가 되어야 했지만 한 명이 부족해서 제가 가라(!!)로 전국 대회 출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신기한 것은 다른 선수는 다 떨어졌는데 저만 3등을 해서 중학교 특기생 자격을 얻었어요.ㅋㅋㅋㅋㅋㅋㅋ

등록금을 낼 수조차 없을 정도로 집안이 어려웠기 때문에 결국 태권도 특기생으로 중학교에 진학을 하게 됩니다.
당시 제가 공부를 못한 것은 아니고 좀 했습니다.


***  선수 시절의 최 감독은 어땠나요?

고등학교 때 전국대회 우승을 했을 정도의 수준이었습니다.
같이 운동하던 친구들은 국가 대표가 꿈이었지만 저는 외국에 진출하는 지도자의 꿈을 어린나이부터 키웠습니다.

친구들은 야간 운동을 할 때 저는 운동을 빠지고 영어 공부를 했습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영어 단어장을 30권정도 쓸 정도로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습니다. 영어 공부하느라 운동에 빠져도 선생님이 봐줄 정도였어요. 가정 형편이 어려웠기 때문에 빨리 돈을 벌어야 했던 상황이었습니다.


***  대학 진학 사연이 많았다지요?

대한민국에서 풍생 고등학교하면 태권도일 정도로 유명한 학교입니다.
나락님은 풍생하면 축구라고 하셨지만 태권도가 더 유명한 학교입니다.
공부와 운동 사이에서 다시한번 진로에 대해서 깊은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태권도하는 많은 학생들은 경희대에서 운동하기를 원합니다.
경희대에서 스카웃 제의가 와서 친구 한 명과 가기로 확정이 되었는데 당시 후원금 형식으로 300만원을 기부하는 것이 신입생의 전통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 고생하시는데 도저히 말씀을 드릴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경희대를 포기하고 경원대로 4학년 전 학기 장학생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대회 나가서 입상하면 장학금을 더 준다는 옵션사항까지 추가되었습니다. 중, 고등학교 때 모두 체육 특기생으로 가서 수업료를 내본 적이 없습니다.



태권도 태국 국가대표 팀의 최 영석 감독.


***  외국에서 지도자를 하게 된 이유는?

결국 어려운 집안 살림 때문에 돈을 빨리 많이 벌어서 어머니를 편하게 모셔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외국에 나가서 지도자 생활을 할 생각을 했습니다. 선배 한 분이 스페인 감독으로 계셨는데 우리 학교를 방문 하셨어요. 그 분에게 외국에서 감독을 하려면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지 물었더니 일단 영어를 열심히 하라고 하셨어요. 영어 단어를 많이 외우면 되겠다 싶어서 영어 단어장을 30권정도 썼던 것입니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마침 바레인에서 한국인 감독을 찾고 있었고 1년 8개월을 계약하고 갔습니다.


***  첫 번째 바레인 팀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나요?

너무 외롭고 힘들었던 기억입니다. 운동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면 아무도 없는 것이 너무 싫었습니다. 정말 외로웠습니다.

숙소 근처에 특급 호텔이 하나있었는데 저녁마다 그 호텔로 마실을 가곤 했습니다. 로비에 생음악을 하는 바가 있었는데 그 생음악이 너무 듣기 좋았고 저에게 많은 위로가 되어주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그 시절 생각이 나면 랏차다의 에메랄드 호텔 로비 바에 가서 맥주 한 잔 하곤 합니다.




***  세계 랭킹 125위 태국 팀을 책임진다는 것이 두렵지 않았나요?

대학 동기 중에 호주 대표 팀 감독으로 간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저보다 먼저 호주로 진출을 했는데 제가 태국으로 간다고 하니깐 심하게 반대를 했습니다. 그 당시 태국은 세계 태권도계에서는 누구하나 쳐다보지도 않던 완전 변방으로 취급 받았던 태권도 황무지였습니다. 그런 태국에서 고생할 것이 뻔했기 때문에 친구가 엄청 반대를 했어요. 호주 같은 나라에서 감독하면 대우가 좋습니다. 자신이 코치자리 하나 만들테니깐 오라고 했지만 저는 결국 태국을 택했고 그 선택은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

제가 태국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한가지 ... 無에서 有를 창조하고 싶었습니다.
황무지에 가서 기초부터 가르쳐서 키워보고 싶었습니다. 못하는 곳에 가서 해야 커가는 것이 눈에 보이고 티가 나지 않겠습니까? ㅋㅋㅋㅋㅋ. 그리고, 그런 것이 보람이라고 생각하고 현 상황에 아주 만족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호주 대표 팀 감독으로 갔던 친구는 1년 계약 끝나고 재계약을 하지 못했습니다.당시 태국 감독직에 8명이 응모를 했는데 이상하게 다들 관심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들이 왜 왔는지 궁금할 정도였어요. 그리고, 결국 제가 어린 나이에 감독이 된 것입니다.




***  외국에서 외국인 감독으로 살아간다는 것 과연 어떤 느낌일까요? 혹시, 태국의 유일한 외국인 코치인가요?

바레인과 태국 모두 오기 전에는 외국인이라서 약간의 차별과 견제를 예상했지만 그런 것 때문에 힘들지는 않았어요. 가장 힘든 것은 선수들과의 소통, 커뮤니케이션이었습니다. 몸으로 먼저 시범을 보여주는 것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고 가지고 있는 기술을 전부 알려주고 싶은데 제대로  알려주지 못할 때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솔직히 짜증이 너무 났어요. 지금은 태국어가 되니깐 그런 스트레스는 없습니다만. 태국의 경기 단체 중 유일한 외국인 감독은 아니고요. 양궁도 한국인 감독이 있습니다.

처음 태국에 왔을 때 훈련장을 유도 대표 팀과 같이 쓰고 있었습니다.
나락님도 아시겠지만 유도 선수들 훈련 할 때 바닦에 집어 던지고 얼마나 시끄럽습니까? 도저히 집중을 할 수가 없더라고요.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일입니다. 협회에 이야기해서 우리 팀만 따로 쓸 수 있는 훈련장을 만들어 달라고 해서 어렵게 지금 운동하고 있는 태권도장을 얻게 되었습니다. 다른 경기 단체에서 불만이 엄청 많았지만 올림픽에서 메달 따니깐 그런 소리 못합니다.



***  하루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오전 6시부터 2시간 동안 대표 팀 선수들과 같이 땀을 흘립니다.
오전 10부터 오후 4시까지 카셋삿 대학에서 스포츠 심리학 박사과정 강의를 듣는데 일주일에 3일 나갑니다. 다시 오후 5시부터 저녁 8시까지 대표 팀 훈련이 있습니다.



**** 대표 팀 선수들이 전부 학생인데 수업은 어쩌지요?

17세 이하 청소년 팀과 우리나라의 상비군 같은 팀, 그리고 A팀(성인 국가대표)을 전부 지도하고 있는데 학생들은 오전 8시에 훈련이 끝나면 모두 공부하러 학교에 갑니다. 알아서 등교하고 수업마치면 각자 5시까지 훈련장으로 다시 모입니다. 한국처럼 운동 때문에 수업에 빠지고 그러는 것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나중에 태권도를 하지 못하게 될 경우 뭔가 다른 일을 해서 먹고 살 길이 있어야지 않겠습니까? 그럴려면 학과 공부는 꼭 해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한국처럼 운동선수라서 수업 빠지고 그러는 것 없습니다.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은 협회에서 선수촌 근처의 좋은 학교로 전학을 시켜줍니다. 지방출신들은 어쩌면 도시로 유학이라서 그리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선수촌에서 먹고 자고 좋은 학교에서 공짜로 공부합니다.

 



***  태권도에서 가장 큰 덕목은 뭘까요?

물론, 발차기 같은 기술적인 요소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런 기술적인 것은 태권도 선수라면 누구나 다 할 줄 알거든요. 태권도는 禮로 시작해서 禮로 끝나는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운동을 잘해서 금메달을 따면 뭐합니까? 사람이 안됐으면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국제대회 나가서 다른 한국인 감독들로부터 우리 아이들 실력이 늘었다는 소리를 들으면 지도자로서 솔직히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거기다가 "너네 애들 예의 있다!"라는 말까지 들으면 그날 기분 날아갑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역시 우리 아이들한테 예절을 많이 이야기 합니다. 다들 잘 따라와 주고 있고 이해를 잘해줍니다. 상대 선수와 싸워서 이기는 것만 가르쳐서는 않된다고 생각해요. 역시 태권도는 예의범절부터 먼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꼬마들이 동네 도장을 찾아 취미 삼아서 태권도를 배우는데 부모님이나 학교 선생님들에게서 배우지 못하는 부분을 사범님들한테 많이 배워요. 바로 그런 예의범절이나 배려심이라고 생각합니다.




***  태국 선수들은 국가대표에 대한 프라이드는 어떤지요?

태권도 선수층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인기 종목 선수들은 아무래도 마음가짐이 틀리겠지요. 제가 오기 전에는 태권도 협회에서 선수 선발을 했습니다. 선수층이 얇다보니 무에타이 선수가 대회에 나가는 경우도 많았다고 합니다. 물론, 그런 경우 백전백패입니다. 제가 오고 나서 감독인 제가 직접 선수를 선발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대표 팀으로 선발되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단히 치열한데 그렇게 선수층이 넓어진 것입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것 때문에 선수들의 프라이드는 대단합니다. 국가대표 팀은 들어오기도 힘들지만 올림픽에서의 메달 꿈 때문에 태권도는 선수들에게 큰 자랑입니다.




***  한국 태권도와 태국 태권도의 다른 점은 뭘까요?

한국은 어릴 때부터 시작을 해서 대회 경험이 많습니다. 그러나, 사회가 발전하면서 목표 의식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다시말해 사회가 변하면서 전처럼 이것 안하면 죽는다는 절실함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태국은 목표 의식 하나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동기부여가 참 좋아요.

훈련 시간을 보면 한국 보다 훨씬 많이 합니다. 처음에는 협회장이 저렇게 힘 빼면 정작 시합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할 정도로 잡아돌렸습니다. 태국 선수들도 한국 스타일의 스파르타 훈련을 잘 참으면서 이겨내고 있습니다.




***  대체적으로 태국 선수들이 골격이 작잖아요. 이 선수들이 덩치 큰 선수들을 이기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역시 기술입니다. 기술적으로 발전해야합니다. 그리고, 악바리 근성이 필요합니다. 정신력이겠지요.




***  요 몇 년 사이에 태국 팀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요인은?

일단, 선수층이 아주 많이 두터워지면서 수준 높은 경기를 합니다.
요 몇 년 동안의 좋은 성적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조그마한 기초부터 하나씩 쌓으면서 7년 동안 한 계단씩 밟으면서 여기까지 올라온 겁니다. 세계 랭킹 1위를 위해 앞으로도 계속 한 계단씩 올라갈 것입니다



***  가장 껄끄러운 상대팀은 어느나라입니까?

역시 한국 팀이지요. 아마 전 세계 모든 태권도 감독들의 마음일 것입니다.
하지만, 2~3년 사이 한국과의 승률이 30%까지 올라갈 정도로 상당히 고무적인 승률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란 선수들을 많이 경계합니다. 체격적으로 그들은 아시아 사람이 아닙니다. 기술도 빠르게 좋아지고 있습니다.



***  현재 태국 대표 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뭘까요? 모두 좋겠지만 가장 보완해야 할 점은 있을까요?

신체 조건입니다. 골격이 작고 너무 약하잖습니까?
그리고, 국민성 자체가 착하다 보니 승부근성이 좀 부족한 것 같습니다. 항상 사바이 사바이를 이야기하잖아요. 자신감이 좀 더 강했으면 좋겠습니다.



***  밖에서 보는 대한민국의 태권도는?

현재 한국은 초등학교 시합이 없습니다. 있다고 해도 규모가 예전에 비해 너무 작습니다. 옛날에는 어린이 태권 왕 겨루기 같은 것도 있었는데 대회가 있어도 조금씩 변해갑니다. 찬밥 신세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린 선수들을 키우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한국 태권도는 비인기 종목입니다. 그리고, 살림이 좋아지니깐 애들을 운동을 시키지 않습니다. 그것은 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특권층은 태권도 가르치지 않거든요.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관심이 떨어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태국의 태권도와는 그런 면에서 또 다른 면 입니다.
한국은 올림픽 때만 반짝하고 끝이거든요. 선수생활 마치고 미래가 보장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태국은 태권도로 한방에 인생역전을 한 선수들이 나타났습니다. 그러니 어린 선수들이 기를 쓰고 태권도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태국에서 인생역전이 쉽지 않잖습니까?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면서 일약 영웅으로 떠오른 "야와파 부라 폰차이(닉네임:위우)". 예쁘장한 외모 덕분에 Oishi에서 나오는 Green Tea CF로 발탁되면서 얼굴이 더욱 알려지면서 돈과 명예를 한꺼번에 거머쥐며 단칼에 인생역전을 해버린  "위우". 현재는 펜싱 선수로 전향을 했다고 함.



***  처음 메달 딸 때 기대했나요?

전임 한국인 감독이 계약기간을 몇 개월 남겨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고 한국으로 떠난 자리를 제가 들어왔거든요. 우리 팀 선수들을 데리고 처음 출전했던 대회가 2002년 7월 요르단에서 있었던 아시아 선수권대회였습니다. 2월 달에 부임해서 5개월 만에 출전한 대회였는데 완전 전멸했습니다.

5개월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준비를 해야 했음으로 한국의 스파르타식으로 훈련을 시켰습니다. 그렇게 며칠 훈련을 하니깐 선수들이 부대꼈는지 이런저런 핑계로 운동을 자꾸 빠지고 나중에는 8명밖에 남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대회 나가보니 그 많은 한국인 코치들 중에 제가 제일 어렸습니다.
세계의 벽을 제대로 실감한 대회였고 운동을 더욱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절실하게 했던 대회였습니다.

한 가지 열 받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 수준 있는 다른 나라 선수한테 당연히 질거라는 패배의식이 우리 선수들에게 팽배했습니다. 시합 전부터 이미 주눅이 들어있는 것입니다. 더 기가막힌 것은 다른 나라 선수들이 잘하는 것을 보면서 "깽짱러이", "쑤어이 나", "와~~~"라는 함성까지 지르더군요. 그걸 보는데 속에서 부글부글 끓고 얘들은 대체 뭔가 싶기도 했습니다.



***  경기 때보면 라운드 중간 쉬는 시간에 많은 말을 하시던데 대개 무슨 말을 합니까?

가장 먼저 우리 선수의 긴장을 풀기 위한 노력을 하고요.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줍니다. 물론, 기술적으로 상대 선수의 습관이나 단점을 이야기 해주고 상대가 틀림없이 이렇게 나올거니까 그 때 너는 오른발차기를 해라 하면서 정신이 번쩍 들게 오른쪽 허벅지를 강하게 꼬집기도 합니다. 그럼 이겨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경우 한국 선수들은 오른발차기를 안합니다. 감독을 불신해서가 아니라 경기 중에는 자신을 더 믿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최 감독님만의 징크스가 있나요?

국제 대회에 참가하면 13명 정도가 출전을 하는데 그 선수들의 관리를 하나에서 열까지 제가 다 해야 합니다. 그래서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어요. 매일 밤을 새워 상대할 선수 비디오 분석을 합니다. 대회 참가해서 그렇게 잠이 모자라서 몸이 천근만근이면 승률이 대단히 높습니다. 지난 번 올림픽 때 역시 잠을 제대로 자질 못했습니다.




***  많은 선수들 중 그래도 맘이 더 가는 선수가 있지요?

당연히 있습니다.
같은 선수들을 모아놓고 기술을 알려주는데 유독 100% 이상 잘 받아드리고 자기 스타일로 만드는 선수가 약 70% 됩니다. 전 그것을 흡수력이 빠른 선수라고 부르는데 기특해서 말 한마디 더 해주고 등이래도 한 번 더 두드려줍니다. 물론, 답이 안나오는 선수한테 신경을 더 써야 한다는 것 아는데 저도 사람인지라 그게 쉽지 않습니다. 나락님은 안그러신가요? ㅋㅋㅋㅋㅋㅋㅋ



***  혹시, 대한민국에서 국가대표 팀 감독으로 부르면 가시겠습니까?

엄청 큰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태권도인이라면 한 번쯤 꿈을 꾸는 자리잖아요. 그러나, 한국 팀 감독으로 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감독이나 코치는 태국이 마지막이 될 것입니다.

얼마 전에 2012년 올림픽을 치르는 영국에서 태국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스카웃 제의가 들어왔었습니다. 그러나, 그 제의를 두 번 생각하지 않고 정중하게 거절했습니다.영국은 외국인 감독을 쓰지 않기로 유명한 나라인데 2004년과 2008년에 우리 팀의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영국 대표 팀 감독 제의가 들어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지만 전 절대 한국을 포함해서 다른 나라 감독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어려울 때 저를 받아준 나라가 태국이며, 제가 하나하나 기초부터 가르쳐서 세계 최고의 수준까지 올려놓은 우리 아이들을 적으로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

시합에 나가서 우리 아이들 상대편 쪽 코치 석에 앉는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기 싫습니다. 그 아이들 얼굴을 어떻게 볼 수 있겠습니까?태국이 마지막 감독이 될 것입니다.




***  태국 선수들이 그렇게 좋습니까?

예.... 한 가지래도 더 배우려는 자세가 너무도 진지하고 마음씨가 착한 아이들입니다. 또한, 감독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며 잘 따르고 이해도 잘합니다. 감독인 저 역시 우리 아이들을 무한 신뢰합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부뜨리 푸앗펑(닉네임:썽)". 역시 태국 최고의 스포츠 영웅으로 현재 18세.



***  요즘 달라진 위상, 인기 실감하십니까?

물론, 실감합니다. 백화점이나 태국인들 많은 식당을 가면 자기들 끼리 태권도 팀의 "코치 쵸이"라고 웅성거리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립니다. 가끔 사인해달라는 사람, 사직 찍자는 사람도 있습니다.



***  베이징 올림픽에서 쿠바의 마토스 선수가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고 심판에게 옆차기 한 사건 아시지요?

사실 심판 판정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가 없었던 사건입니다.
쿠바 선수와 감독이 태권도 지식이 부족해서 발생한 불행한 일입니다. 그 사건은 판정불만이 아닌 선수와 감독의 무지에서 비롯된 일입니다. 그 사건으로 선수와 감독은 영구 제명당했습니다.



***  일부에서는 태권도가 재미없다고 하는데...공감하세요?

당연히 공감합니다. 재미가 없기 때문에 팬들로부터 외면을 당하는 것입니다.
태권도가 재미없어진 이유 중의 하나인 "경고사항"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만약 우리 팀 선수가 뒤돌려 차기를 멋지게 해서 상대의 얼굴을 가격했을 때는 2점이 주어집니다. 그런데, 그렇게 멋지게 뒤돌려 차기를 하고 착지할 때 넘어지면 우리 팀 선수는 경고를 받습니다. 착지를 하지 못하고 넘어졌기 때문에. 그런 경우  넘어지지 않고 착지를 제대로 한다는 것은 말도 않되는 것입니다. 100% 넘어져야 정상일 정도로 어렵고 고급스러운 기술입니다.

굳이 그런 기술을 걸어서 경고를 먹느니 아예 그런 기술을 걸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니 태권도가 재미가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고난도의 뒤돌려 차기 같은 멋진 기술이 나와 줘야 팬들이 즐거워하는데. 프로님은 이해가십니까? 세상이 바뀐 것을 모르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표본이라고 생각합니다.




***  감독은 어떤 자리입니까?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는 직업입니다. 그러나, 저는 운이 좋은 편입니다. 처음 외국팀 감독한다고 하니깐 선배가 하는 말이 처음부터 성적내면 힘들다고 하더군요. 우리 팀을 세계랭킹 125위에서 4위(남자), 3위(여자)로 올려놨습니다.제가 오기 전까지 모든 스포츠 종목 중에 외국인 감독들이 7년 이상 장기 계약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지금은 협회나 국민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졌어요. 아주 기분 좋은 일인데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이제 국제 대회 나가면 메달을 무조건 따는 줄 알아요. 갈수록 기대치는 높아지고.... 세계선수권을 가장 큰 권위로 알아주는데 태국은 역시 올림픽을 최고로 칩니다. 그게 스트레스라면 스트레스입니다




*** 태권도 몇 단이세요??

현재 태권도 공인 7단입니다. 왕실 훈장 덕분에 월단 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7단이면 세계 7단이거든요. 세계 최연소 7단입니다.




***  본인 성격의 장단점은 뭔가요?

굳이 장점이라고 말하기 그런데 무슨 일을 하면 그것 하나밖에 모릅니다. 다른 것은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것만 파고듭니다. 단점이라면 완벽 주의자라는 것입니다. 빈틈을 보이기 싫고 가끔은 편하고 쉽게 갈 수 있을 텐데 그것을 못하겠어요.





*** 태국 왕실에서 훈장 받은 이야기 좀 해주세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이후에 왕실로부터 공로훈장을 받았습니다. 외국인한테는 명예훈장을 주는데 외국인 최초로 공로훈장을 받았습니다. 훈장 수여식장에서 왕자를 알현했는데 그 자리에서 Coach Choi라고 제 이름을 알고 있었습니다. 왕이 될 사람이 외국인인 제 이름을 알고 있어서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 훈장 받는 사진이 방콕 포스트 1면에 대문짝만하게 나왔습니다.
한국인이 태국 신문에 나오는 일은 좋지 않은 기사로 나오는데 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 신문 기사를 어느 교민 분이 큰 액자에 넣어서 "타이거 최"라고 직접 써서 보내주셨는데 이 기회를 빌려서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에게는 너무 소중한 선물이었습니다.



***  태국 국민들에게는 유명인사인데 정작 교민들은 최 감독님을 모르는 분들이 많잖아요. 솔직히 교민 사회나 대사관에 서운 한 것은 없습니까?

태국에 사시는 교민들 중에 한국 국적의 태권도 감독을 아시는 분들은 극소수라고 생각을 합니다. 나락님처럼 스포츠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분들이 많지 않잖습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서운해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교민 사회에 유명해지자고 감독을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왕실에서 수여하는 공로 훈장을 받은 이후 대사관에서 어찌 알고 연락이 와서 올림픽 동메달 리스트 제자를 데리고 대사관을 찾아 갔습니다. 그 자리에서 대사님이 홍보관이라는 사람한테 저에게 표창장을 주자고 했고 홍보관 역시 그러겠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대사관에서는 별다른 연락이 없습니다. 받아야 맛은 아니지만 말이나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그 이전에도 그랬고 이후에도 대사관 식구들 하고는 좋은 인연이 없습니다.

왕실 및 정부청사 또는 태국 체육회 공식 만찬에 참석을 하면 외국인은 저 혼자입니다. 그런 자리는 어딜 가든 혼자입니다.

아테네 올림픽 이후 왕실에서 주는 훈장 이전에, 정부에서 주는 훈장을 태국 외무부 장관한테 받았는데 한국 대사관에 연락을 했습니다. 공사라는 사람이 참석을 했습니다. 축하연 자리에 엄청 큰 태극기가 걸려있는데 그것이 너무 좋았어요. 태국 직원이 태극기가 잘 걸려 있냐고 확인차원에서 저한테 묻기까지 했습니다. 기분 좋은 일이잖습니까?

대사관에서 나온 공사는 축하한다는 짧은 말을 하기 무섭게 여기 외무부 장관이 누구냐고 물어왔습니다. 축하해주러 온 것이 아니라 태국 외무부 장관에게 자신의 얼굴을 알리기 위해 왔나 싶었었습니다. 저는 공사한테 제 명함을 드렸는데 공사는 자기 명함을 주지 않더라고요. 그 자리는 제가 메인인데 말입니다. 그 날 공사한테 아니 대사관 사람한테 실망 많이 했습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은 전부 옛날이야기니깐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 여타 다른 교민들처럼 감독님도 대사관을 그다지.......

저에게 있어 대사관과의 첫 인연은 너무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저로서는 절대 잊을 수 없는 일입니다.
2003년 대표 팀을 이끌고 처음으로 한국으로 전지훈련을 가려고 했습니다. 그 당시 태국 사람들이 인천공항 입국 심사대에서 입국 거부를 당하고 다시 태국으로 되돌아오는 경우가 많을 때입니다. 우리 선수들 입국이 거부될까바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대사관에 선수들 공증이나 증명할 수 있는 레터를 한 장만 써달라는 요청했는데 그런 것을 써본 일도 없거니와 해줄 수도 없고, 도와줄 수도 없다고 퇴짜 맞았습니다.

그래도 대사관 찾아가는데 빈손으로 가기 이상해서 오렌지를 사가지고 갔는데 다시 손에 쥐어주면서 가시라고 하더군요. 대사관은 대한민국 국적의 감독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대사관 나오면서 솔직히 문을 뒤돌려 차기로 부셔버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니 제가 대사관에 좋은 감정이 있겠습니까?

일례로 대사관에서 중요한 파티가 있으면 태권도 협회로 초청한다는 엽서를 보냅니다. 미얀하지만 협회 사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만약 그 엽서를 저한테 보내보세요. 제가 협회 회장님한테 이야기만 하면 바로 OK인데 왜 그걸 모르는지 한심합니다.

우리 협회 회장님 부인이 순두부찌개를 엄청 좋아합니다. 가끔 저한테 순두부찌개 어디가 맛있냐고 물어 올 정도입니다.




***  엊그제 그래미 관계자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쪽하고도 친하십니까?

그래미 이사와 인터뷰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래미 이사가 가수 비(rain)를 잘 안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코치 쵸이가 레인보다 2,000배 멋지다"라고 했습니다. 비를 비롯한 한국의 많은 연예인들이 태국을 찾지만 그들이 태국을 찾는 이유는 영리 목적인데 코치 초이는 그들과는 다르다고 말하더군. 많은 태국인들을 웃고 울리는 사람이라면서 자부심 가지라고 용기를 줬습니다. 그 말이 너무 고마웠어요.

<<< 그래미는......... 태국에서 가장 큰 엔터테이먼트 社. 모든 연예쪽 일에 관여하는 거대 회사로서 음반기획부터 각종 문화공연에 이르기까지, 비(rain)를 비롯한 대한민국에서 오는 모든 가수들의 콘서트까지 관리하는 회사.>>>



***  태국에서는 정말 비보다 완전 유명한가요?

올해 초에 태국 체육부장관 딸이 이화여대에 입학했습니다.
그런데, 신청을 늦게 했는지 무슨 이유로 기숙사를 들어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는 지인이 이대 총장이랑 가까워서 부탁을 했고 그 덕분에 장관 딸은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 장관이 고마움을 표시한다고 저를 저녁 식사에 초대하셨습니다. 그 자리에서 "최 감독이 한국에서 엄청 대단한가보다"라면서 "한국에서는 어떤 대우를 받는가?"라고 질문을 하는데 솔직히 뭐라 할 말이 없잖아요.  

"한국이 너무 하는 것 아니냐?"면서 대한민국 외무부에 직접 레터를 보내겠다고 했습니다. 뭘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대사관에서 제 전화번호는 아는지 모르겠습니다.


평창건도 그렇습니다.
평창이 동계 대회 유치 게임에서 두 번이나 나가 떨어졌잖아요.
제가 태국 IOC위원하고는 좀 안면이 있습니다. 저를 이용하면 태국 IOC위원을 만나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데 왜 저를 이용하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대사관 사람들은 뭘 하는지? 그 부분이 아주 섭섭합니다.



***  태권도하면 문대성 IOC위원을 빼 놓을 수 없는데......

저와는 아주 돈독한 관계입니다. 어릴 때부터 봐온 후배로서 외국에서 일하는 감독이나 코치들에게 힘을 엄청 실어 준 고마운 사람입니다.

IOC위원 후보자 시절 연락이 왔었습니다.
태국의 IOC위원을 만나게 해줄 수 있냐는 것이었습니다. 태국 IOC위원의 지지가 필요했으니깐. 태국 IOC위원은 세계 태권도 연맹 부총재로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사람입니다. 바로 싱하 맥주, 싱하 생수를 만드는 싱하 그룹의 부회장이기도 하며, 우리 팀 최고의 후원자이기도 합니다. 우리 팀이 훈련 때 마시는 물이 싱하 생수입니다. 싱하 생수는 얼마든지 맘껏 마실 수 있고 나락님이 필요하시다면 필요한 만큼 가져가세요.ㅋㅋㅋㅋㅋㅋㅋㅋ

태국 문화 관광부 직원을 통해서 IOC위원이 최 감독은 대단한 사람이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無에서 有를 창조한 대단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면서 더불어 제가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고 말에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렇게 그 IOC 위원하고는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IOC 위원한테 아쉬운 소리를 한 번 해본 적이 없어요. 우리 팀에 필요한 것 말고는 아쉬운 소리를 할 것이 없었으니까요.

그러나, 문대성 전화 받고 IOC위원한테 문대성을 만나 줄 수 있냐고 했더니 곧바로 자기 집으로 데리고 오라고 해서 깜짝 놀랬습니다. 그 사람은 원래 집으로 누구를 초대하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러면서 문대성에게 한 말......
"당신들이 여기 왔지만 난 당신들을 모른다.
난 코치 초이 때문에 초청을 한 것이고 그것을 정확히 말하고 싶다."

그 때 천하의 문대성한테 얼굴 제대로 섰고 그 때 만큼은 문대성이 부럽지 않았습니다.



***  태권도의 비수기는 언제이며 그 때 하시는 일은?

1~3월까지가 가장 한가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나락님이 말씀하신 비수기입니다. 그 기간에는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한국으로 전지훈련을 가기도 합니다. 가면 아주 많은 것을 배워옵니다. 선수들이 경기를 보는 시야가 훨씬 크고 넓어집니다.

그리고, 이산이나 치앙마이 같은 지방을 돌아다니면서 세미나를 개최합니다. 제가 태권도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중의 하나가 바로 지방 세미나 때입니다. 아이들 눈을 보면서 제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아이들은 제가 부담스러운지 옆에 오지도 못할 정도입니다.

그렇게 지방을 가면 태권도를 배우는 아이들 부모들이 거의 매일 집으로 식사에 초대하는데 그것 역시 곤혹스럽지만 어쩔 수 없는 우리 세미나의 행사(?) 입니다. 태국의 시골 사정 뻔히 아는데 괜히 부담이잖습니까? 지방가면 사범들한테 입던 도복이나 신고 있던 운동화, 도복 허리 띠를 선물로 주고 옵니다. 사범들에게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

시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범들이야말로 태국 태권도를 지탱해주는 엄청난 지지기반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번에 큰 국제대회를 나가신다고 했는데 무슨 대회입니까?

6월 27일부터 세르비아에서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있습니다.
지난번 대회 때 우리 팀은 금메달 2개를 땄습니다. 이번에도 최소 2개 정도의 금메달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마치고 7월 8일 방콕으로 돌아와서 바로 그 날 밤 비행기로 한국에 들어갑니다.
7월18일까지 춘천에서 한국 오픈 대회가 있어서 그 대회에 참가를 합니다.


<<<<< 세르비아에서 열린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태국의 성적은 은메달 2개, 동메달 6개였는데 전부 태권도에서 나온 메달입니다. 춘천에서 열린 한국 오픈에서 1.5군이 출전한 대한민국 선수단을 누르고 태국은 종합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 때 태국 태권도 협회가 난리가 났었다고 하는군요. 아무리 1.5군이 출전했다지만 홈팀 대한민국을 재치고 종합우승을 했으니.

그 대회 최우수 지도자상에 최 감독이 선정되었지만 고생한 태국인 코치에게 양보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태국인 코치는 최 감독의 제자이기도 합니다.

춘천 한국 오픈을 마치고 돌아 온 최 감독을 그날로 바로 연락을 해 와서 축하 할 일이 3가지 있다 했습니다.
하여, 일을 일찍 마치고 통로의 사깨 집에서 만났지요. 자리에 앉기도 전에 축하 할 일이 뭐냐고 물었더니 ...........

첫 째 축하 할 일.....춘천 대회에서 종합우승,

두 번째로 축하 할 일....최우수 지도자상을 받았는데 제자인 코치에게 양보했다는,

세 번째로 축하할 일은 바로 임신 중인 색시를 한국에 같이 데리고 가서 검진을 받았는데 의사 샘이 파란색 아가 옷을 준비하랬다고 입이 귀에 걸렸습니다. 결국 그 날 우리는 엄청난 축하 뒷풀이 덕분에 아주 간만에 멍멍이가 되었다는..ㅠㅠ>>>>>




***  제가 가끔 밥자리에서 태국의 히딩크라고 말하는데 맘에 드세요?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감히 제가 히딩크 감독님과 비교 될 수 없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정말 행복한 보람을 느낍니다. 그 중 하나가 모든 태권도 구령은 한국말로 합니다. 나락님도 보셨지만 훈련 중에도 모든 화이팅 구호는 전부 한국 말로 합니다. 여기로 오길 잘했다 생각을 참 많이 합니다. 솔직히 제가 너무 멋있는 일을 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ㅋㅋㅋㅋㅋ)

2만 명도 되지 않던 태국의 태권도 인구가 현재는 80만 명에 정도까지 됐습니다. 이런 태권도 열풍의 한가운데에 대한민국 국적의 제가 있다는 것이 너무 너무 자랑스럽고 행복을 느낍니다.

올림픽에서 동메달 따니깐 태권도 인구는 약 40~50만 명 정도 됐습니다.
은메달을 따고 나니깐 그 인구는 급격하게 80만 명까지 늘어났습니다. 제 예상인데 만약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태국의 태권도 인구는 150만 명 정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엄청난 발전 속도이고 한국의 지도자들은 느끼지 못하는 저만의 희열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올림픽에서 금메달 따면 그 때 방콕을 떠날 수 있을 것 같아요.ㅋㅋㅋㅋㅋ




***  말씀 중에 어머니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데 어머니에 대해서 말씀 좀 해주세요.

소위 말하는 영세민이라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동사무소에서 나누어 주는 쌀을 받아먹었을 정도로 집안이 많이 어려웠습니다. 어머니가 포장마차를 하시면서 엄청 고생하셨는데 생각해보면 그런 것들이 전혀 창피하고 그러진 않았습니다.

체육관에서 알바를 할 때입니다.
남들은 사춘기 어쩌고 했지만 저는 사춘기를 느낄 정도로 한가하지 못했습니다. 워낙 가난해서요. 첫 월급을 20만원 받았는데 봉투가 너무 두꺼운 것입니다. 기분이 너무 좋아 화장실가서 몇 번을 확인했는지 모릅니다.

집에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데 동전이 모자라는 것입니다.
받은 월급에서 만 원짜리 하나 깨면 되는데 그것을 못하겠더라고요. 그대로 어머니한테 드려야 하는데 도저히 만 원짜리를 깰 수가 없었습니다. 지폐 깨기 싫어서 한 겨울에 2시간을 걸어서 집에 갔고 봉투를 어머니에게 드렸습니다. 그리고, 어머니한테 용돈 없으니깐 만원만 달라고 해서 만원을 받고 너무 좋았습니다. 속으로 난 참 착한 놈이다. 난 성공할 것이다...라고 생각 했어요.

대학 다닐 때 딱 한 번 빼고는 어머니 마음 아프게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자부합니다.

바레인 감독으로 간지 1년 만에 휴가를 받아서 귀국을 했습니다. 2,000만원 짜리 통장을 만들어서 어머니에게 드렸습니다. 그리고, 평소 치아 때문에 고생하시는 어머니의 치아를 해드렸는데 일주일 만에 어머니께서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휴가기간인데.

어머니 때문에 제가 좋아하는 태권도를 하게 되었는데 바레인 돌아가는 발걸음이 너무 무거웠습니다. 인생의 목표를 잃은 것 같은 허망함과 허무함은 말로 표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대학교수의 꿈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는 것은 바로 어머니 때문입니다. 제가 대학교수가 되는 것이 어머니의 꿈이었으니까요. 어머니의 꿈을 제가 실현시켜 드리고 싶습니다.

항상 어머니에게 감사하면서 삽니다.
어머니로 인해서 태권도를 했고 태권도 때문에 제가 인정받고 살고 있잖아요. 어머니께서 저에게 큰 것을 주시기 위해서 저를 인도했구나...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가는 길이 어머니가 주신 길이라 생각합니다.

요즘 세상에 부모님 덕보고 사는 사람 많잖아요.
하지만, 저는 낭떨어지에서 떨어져도 건져줄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 자신이 더 강해져야 한다는 생각했습니다. 믿는 구석이 없으므로 더 강해져야 살아가지요. 그것은 아마도 어머님이 주신 보이지 않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텔레비전에서 아들과 아버지가 대화하는 장면이 나오면 너무 부럽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습니다. 아버지는 제가 걷기도 전에 돌아가셨거든요. 그 부분이 가장 아쉽고 혼자 결정해야 한다는 것, 막말로 넋두리 상대가 없다는 것이 외롭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 자신한테 고마운 것은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 방황 안하고 중심 잡은 것입니다.

한국에 할머니께서 살아계신데 9년 째 한 달에 30만원씩 용돈을 보내드립니다. 그게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  지금까지도 많은 것을 이루었다고 생각하는데 앞으로 반드시 도전해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까?

기회가 주어진다면 세계 태권도 연맹이라는 큰물에서 제가 그 동안 받은 것 이상으로 태권도에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굳이 경기부를 들어가고 싶은 것은 경기 룰을 바꿔서 더 재미있게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태국의 대학에 태권도 학과를 만들고 싶습니다.
아들이 대학교수가 되는 것을 바라셨던 어머니의 꿈을 이루어 드리기 위해 현재 박사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태국을 비롯하여 세계적으로 태권도 학과가 있는 나라가 없습니다. 체육 교육학과까지는 있는데 태권도 학과는 없습니다. 태권도 학과를 따로 만들고 싶고, 그 곳에서 제가 강의를 하는 꿈을 꿉니다. 그것이 태국에서 제가 해야 할 제일 큰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어머니를 항상 가슴에 품고 사는 코치 쵸이를 볼 때마다 참 건강하게 컸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는 너무도 맑고 순수한,,, 여린 마음을 지닌 사람입니다. 그의 꿈이 하루 빨리 이루어 지길 바래봅니다.

최 감독과 아름다운 그의 색시는 두 달 후에 아빠와 엄마가 된답니다.
밥자리에서 자기 색시가 너무 이쁘고 착한데 성격(착한거랑 성격 좋은 거랑 같은 거 아닌가요?)까지 너무 좋다고 침 열라 튀겨가면서 자랑질을 참 많이 하는데 그 때마다 염장질한다고 꾸사리를 먹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입니다. 최 감독의 착하고 성격 좋은 색시와 아가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코치 쵸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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