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모바일


PANN

시국선언, 왜 교수는 되고 교사는 안 되나

작성자: 寵辱若驚, 날짜 : , 업데이트 : hit : 2231, scrab : 0 , recommended : 0

  
지난 7월19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민주회복민생살리기 제2차범국민대회'에서 전교조 조합원들이 시국선언 탄압에 항의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대통령과 대화'인지, '국민과의 대화'인지 제목도 헛갈리는 프로그램을, 채널 선택권도 없는 TV를 멀뚱히 보면서 몇 가지 생각이 들었다.

대통령은 몇 번이나 '반대를 위한 반대'는 하기 쉬워도, '그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하는 일은 얼마나 지난하고 어려운 일이냐고 방청객과 시청자들에게 반문했다. 4대강 사업, 세종시 문제, 부자 감세 논란도 대통령은 "반대를 위한 반대는 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라고 지켜보면 나중에 박수칠 것"이라고 강변했다.

진짜 박수 받아야 하는 일인데 '반대를 위한 반대', '잘 몰라서 하는 반대'를 하는 사람들을 설득해야 하는 대통령의 고충은 오죽할까? 방송3사도 모자라 지역 케이블 35개 채널에서 생방송을 했다는데 논란은 오히려 더 증폭되는 양상이니 대통령의 낭패감은 또 어떨까?

학자적 양심 운운하며, 해왔던 말들을 하루아침에 뒤집어 버리고 '총리가 되어보니 다르더라'며 세종시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방문한 고향길. 뜨거운 환대는커녕 계란 세례를 받았다고 한다. 차장에 멍하니 앉아 있는 정운찬 총리의 모습. <경향신문>을 통해 그 모습을 접하면서 또 같은 생각이 든다. 아, 그들은 진정을 몰라주는 국민들이 얼마나 야속할까?

그런데 말이다. 하루에도 수백만이 이용하는 열차를 볼모로 잡고 국가의 실핏줄 같은 물류 중심을 틀어지고 파업을 벌이고 있다는 철도 노동자들. 과연 정부를 향해, 국민을 향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시민불편 가중", "시민 안전에 빨간불" 자극적 문구만 내세운 신문들은 "이 기회에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며 사실 보도는 뒷전인 채 정부를 향해 채찍을 주문하고 있다.

각종 노동조합에 가해지는 MB정부의 탄압

과연 그들의 말대로 철도노조는 공익도 명분도 없이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서민들의 출퇴근을 가로 막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정부는 부랴부랴 주동자를 잡아들이고 철도노조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것일까?

'우리는 노동자입니다. 파업은 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입니다. 이번 문제의 발단은 노사가 머리를 맞댈 수 있는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철도공사에 있습니다.'

이런 외침은 가로 막힌 채 일방적으로 사회적 패륜아로 낙인찍혀 하루아침에 직장조차 잃을 처지가 된다면 이들은 또 얼마나 답답할까? 중재자가 되어야 할 정부, 진실을 전해 주어야 할 언론이 일방의 편이 되어 사실을 왜곡하고 법에 보장된 행위조차 아무런 설명 없이 가로막는다면, 그리고 불법이라고 한다면 이들이 갖는 낭패감은 또 얼마일까?

아침 출근길에 전철을 탔다. 급정거. 사람이 다 타지도 않았는데 문이 닫힌다. 암흑 같은 굴속에서 서있다 가고… 또 서고… 덜컹거리고… 사람들이 앞으로 쏠리고….

승객들 입에서 한마디씩 튀어 나온다.

"뭔 운전을 이렇게 해! 1년에 6천만원씩 받는다며 파업을 해 나쁜 놈들… 다 잘라야 돼."

과격한 어느 할아버지의 외침에 할 말을 잃는다. '할아버지, 그 사람들도 파업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이렇게 말한다면 멱살이라도 잡히겠지 하는 생각 괜히 주눅이 든다.

언제나 노동자의 파업은 원인보다 나타나는 현상에 과다한 초점이 맞추어져 왔다. 의료 노동자의 파업 때는 어김없이 병원에 길게 늘어선 환자들이 모습이 올라 왔다. 하역 노동자와  화물 노동자의 파업 때는 부두와 도로를 차지하고 있는, 움직이지 않는 컨테이너가 파업 노동자들의 목소리보다 길게 방송되었다.

항공 노조 파업은 배부른 파업이라고 했다. 금융노조 파업은 밥그릇 지키기라고 했다. 임금 인상을 내건 파업 때는 다 허리띠 졸라매고 있는데 임금 인상이 웬 말이냐고 했다. 민주화나 국민 건강권 요구를 내건 파업은 정치 행위로 파업 대상 아나라서 불법이라고 했다. 비정규직을 없애라는 파업에는 노동의 유연화가 이뤄져야 기업도 살고 노동자가 산다고 했다. 파업은 언제나 불법이었고 언제나 공공의 적이었다. 비단 파업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일명 시국선언. 집단적 입장 발표조차도 불법이었고 처벌받아야 할 행위였다.

시국선언, 왜 교수는 되고 교사는 안 되나

  
지난 7월19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민주회복민생살리기 제2차범국민대회'에서 전국민주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이 시국선언 탄압을 규탄하는 포스터를 들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6~7월 1, 2차에 걸쳐 시국선언을 했다. 그 행위를 두고 교육과학기술부는 시국선언을 주도한 전교조 간부들을 징계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그에 따라 인천교육청과 울산교육청 등, 경기교육청을 제외한 15개 교육청에서 해당 교사들에 대한 징계를 했거나, 앞두고 있다. 경기교육청은 대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징계를 유보한다고 발표함으로써 교과부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그런데 수천 명을 징계대상으로 올릴 만큼 큰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납득할 만한 징계 이유를 찾기가 쉽지 않다. 아니, 시국선언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대학 교수들도 똑같이 시국선언을 했음에도 왜 교사들만 징계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찾을 길이 전혀 없다. 단지 '전교조=집단행동=징계 대상' 이런 등식만 강조되고 되풀이 될 뿐이다.

그러나 그 내용을 차지하고서라도 교과부에서 조차 징계를 내리기 전 내부 검토과정에서는 '서명운동은 헌법이 보장한 의사표현의 자유 범위 안에 있어 국가공무원법과 교원노조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으로 전해진다(한겨레신문 참고). 허나 이를 중요하게 다루는 언론도, 이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냥 전교조의 집단행동은 불법인 것이다. 

시국선언을 시작한 것은 대학교수들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독선적 정국운영에 대한 문제제기로 서울대 교수 124명이 6월 3일 시국선언문을 발표한 이래 100여개 대학 약 5천여명에  가까운 대학교수들이 뒤를 이어 시국선언 대열에 합류를 했었다.

전교조 교사 4만5천여명은 이보다 늦은 6월 18일과 7월 19일, 두 번에 걸쳐 시국선언을 했다. 그런데 교과부는 전교조 시국선언이 국가공무원법상 집단행위 금지(제66조)와 성실(제56조) 품위유지 의무(제63조) 교원노조법상 정치활동 금지(3조) 규정을 위반했다며 전교조를 고발하고 해당 교사에 대한 징계 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되었듯이 교육부 내부 검토과정에서 서명은 교원노조법을 어긴 것이 아니라는 해석을 한 바 있다. 이 조항만 가지고 교사들을 중징계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힘들다. 국가공무원법상 집단행위 금지와 성실, 품위유지 의무는 교사뿐만 아니라 국립대 교수들도 똑같이 작용되어 지는 항목이다. 만약 전교조 교사들을 시국선언 서명이 공무원의 집단행위 금지 조항을 위반하고 성실과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한다면 국립대학 교수들도 똑같은 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교수가 징계대상이 되지 않으면 교사도 징계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며, 교사가 징계를 받는다면 교수도 징계해야 형평성에 맞는다.

'소통' 소중함을 안다면, 대통령 답게 풀 일이다

시국선언 내용에서도 불법성이나 보수단체에서 주장하는 이적성을 찾기 힘들다. 전교조 홈페이지 자료실에서 찾아낸 6월 18일자 1차 시국선언은 6월 항쟁의 가치가 훼손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대통령의 독선적 정국운영을 중단할 것 ▲교육민주화 필요성 등을 역설했다. 아래 6개항의 요구 조항 또한 위의 서문과 별반 다르지 않다.

1. 정부는 공권력의 남용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국정을 쇄신하라. 1. 헌법에 보장된 언론과 집회와 양심의 자유와 인권을 철저히 보장하라.  1. 특권층 위주의 정책을 중단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정책을 추진하라. 1. 미디어법 등 반민주 악법 강행 중단하고, 한반도 대운하 재추진 의혹 해소하라. 1. 자사고 설립 등 경쟁만능 학교정책 중단하고, 학교운영의 민주화 보장하라. 1. 빈곤층 학생 지원 교육복지 확대하고, 학생 인권 보장 강화하라.

어느 부분에 불법적인 요소, 이적성의 요소가 있단 말인가? 글을 몇 번이나 뒤집어 읽어 보아도 밍밍하기 이를 데 없는 말들. 혹시 암호화된 무엇이라도 숨겨져 있는 걸까? 그래서 불법이고 징계의 대상이 된 걸까? 당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징계 대상이 된 교사들의 낭패감은 또 어떨까? 아무리 정치 민주화 교육 민주화를 합법적인 방법으로 외쳤다고 항변해도 '전교조=집단행동=징계 대상'이라는 틀에 우격다짐으로 맞춰버리고 마는 그들의 일방통행을 두고 소통하는 사회로 가자고 할 수 있을까?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대통령은 4대강, 세종시 문제를 너무 정치 논리를 앞세워 풀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정치행위 원래 목적이 갈등의 조절이 아닌가? 정치인 최고 위치에 있는 대통령, 당연히 모든 문제를 정치적으로 사고하고 정치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되지 않는가?

선현들은 정치를 '정(正)'을 구현하는 길이라 했다. 사람은 한쪽이 없으면 한쪽도 쓰러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자로 사람 인(人)을 쓴다고도 했다. 대통령은 여러 번 반대를 위한 반대를 설득하는 일이 지난하고 어려운 일이라 했다.

그러나 정작 파업 노동자의 목소리가 묻히고 왜곡되는 현실을 극복하는 일은 대통령의 '반대를 위한 반대자를 설득하는 일'보다도 더 어렵고 지난한 일이리라. 정치적으로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다면 교사는 학교를 떠나고 또 한 차례 파란이 예상된다.

전교조 설립 초기 해직된 교사들을 기억한다면, 훗날 많은 사회적 비용을 감당한 일을 상기한다면 전교조 교사들의 징계가 먼저는 아니다. 그들을 무슨 이야기를 했는가를 먼저 들어 볼 일이다. 소통의 어려움을 구구절절 이야기하는 대통령이라면 먼저 그들을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 볼 일이다. 제대로 소통해 볼 일이다. 그리고 바르게(正), 정치인답게 (正) 풀 일이다.    

출처 : 오마이 뉴스

 
댓글 8 | 엮인글 0  

< 제목 작성자 추천 조회 등록일
감동스런 날입니다^^ [17] 멋진아빠 0 2223
외로움, 고독, 힘겨움, 뛰어 내리고 싶음 [15] 찬희부 0 1915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그리워지는것들... [17] 마이웨이 0 2186
시국선언, 왜 교수는 되고 교사는 안 되나 [8] 寵辱若驚 0 2232
네 소원을 말해봐 [18] 寵辱若驚 0 3063
태국어 질문 좀 ^^;; 급 초보 ;; [21] 문노 0 2155
아픔은 왜 전염되는가? [12] 무명 0 2499
하이아시아로의 선전을 기대합니다. [6] 마리 0 2116
술자리는 많아지고... [13] 0 2553
열심히 산다는것은~~ [7] suhangja 0 2516
태국 컨캔에... [11] 물댄동산 0 2573
태권도 태국 국가대표 팀 이야기(재탕) [17] narak 0 2965
실시간 메신져나 대화 할수있는 창두 만들어주세요. ^^ [5] 명품TV 0 1962
요즘 날씨 춥죠? [15] SingleBetter 0 1728
변종 인풀류에대해 [6] 행복 0 2277
모두모두 홧팅하세요!! [9] 현우맘 0 1801
태국 국제 인형극제, 한국 참여 [5] hiasiaro 0 1675
신종인풀류 [13] 행복 0 1827
개인적 신앙은 존중하지만 ........ [14] 백양산 0 2668
2009년 12월 1일 화요일 오늘의 운세 [12] julie 0 2313
1451145214531454145514561457145814591460



새로 올라온 글

%3Ca+href%3D%22..%2Fthai%2F%22%3E%3Cspan+class%3D%22Klocation%22%3EHOME%3C%2Fspan%3E%3C%2Fa%3E+%3E+%3Ca+href%3D%22..%2Fthai%2Fcommunity.php%22+class%3D%22Klocation%22%3E%3Cspan+class%3D%22Klocation%22%3E%EC%BB%A4%EB%AE%A4%EB%8B%88%ED%8B%B0%3C%2Fspan%3E%3C%2Fa%3E+%3E+%3Ca+href%3D%22..%2Fthai%2Fcommunity.php%3Fmid%3D8%22%3E%3Cspan+class%3D%22Klocation%22%3E%EC%82%B4%EC%95%84%EA%B0%80%EB%8A%94+%EC%9D%B4%EC%95%BC%EA%B8%B0%3C%2Fspan%3E%3C%2Fa%3E+%3E+%3Ca+href%3D%22..%2Fthai%2Fcommunity.php%3Fmid%3D59%22%3E%3Cspan+class%3D%22Klocation%22%3E%EC%9E%90%EC%9C%A0%EA%B2%8C%EC%8B%9C%ED%8C%90%3C%2Fspan%3E%3C%2Fa%3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