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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고와 함장의 조치

작성자: 치키, 날짜 : hit : 2023, scrab : 0 , recommended : 0

 

"최원일 중령은 천안함 함장으로서 책무 훌륭하게 수행했다"

 

1. 바다와 해군문화  육지와 직접적 접촉이 단절된 함정이 바다 위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승조원이 살아있는 유기체의 부분처럼 움직여야 한다. 알기 쉽게 지상군과 해군 함정이 명령에 따라 사격을 하는 과정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지상에서는 사격수가 각자 움직이면서 전투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지상군의 전력은 덧셈의 합(1+2+3+…+n)이다. 일부 사격수가 임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다면, 지상군 전력은 그 만큼 약해진다.

 반면, 해군 함정에서의 사격은, 함정을 사격하기에 좋은 위치로 이동시키는 자, 사격 지점을 선정하는 자, 최종 단계에서 사격을 시행하는 자 등 여러 승조원이 힘을 합해야만 가능하다. 해군의 전력은 곱셈의 합(1ⅹ2ⅹ…xn)이기 때문에, 누구 하나라도 결원이 된다면 전력의 합은 “영(0)”이 나온다.

 해군 함정은 운명공동체이다. 함장부터 수병에 이르기까지 공동운명체의 구성원이다.  승조원들이 서로 보이지 않는 곳에 격리되어 있으면서도 개별적으로 맡은 임무를 수행할 때, 함정이 제대로 움직인다. 한 사람이 모두를 위하고, 모두는 한 사람을 위해야만(one for all, all for one), 함정이 전력을 유지하며 주어진 임무를 수행한다. 

 따라서, 지구의 70%를 차지하는 광활한 바다 위를 운행하는 좁은 함정 안에서는 개인의 능력과 기술을 중시하는 독특한 공동체문화가 형성된다.

 

2. 함장이라는 지휘관의 위치  지휘관이란 지휘권을 가지고 군대를 지휘하고 통솔하는 사령관, 함장, 부대장 등부대의 우두머리로 책임과 권한이 막중하고, 항상 외로운 편이다. 특히 함장은 육상의 지휘관과 다르다. 

 국기를 단 함정이 출항하면, 함장은 바다에 떠서 움직이는 한 국가의 대표가 되어 책임과 권한을 행사한다. 함장은 권위와 명령으로써 모든 승조원을 통제하는 동시에, 리더십을 발휘하여 장병들의 사기진작 및 인화단결로 함정을 살아있는 유기체로 만든다. 함장은 살아있는 유기체의 두뇌이다. 

 두뇌로서 함장이 큰 주먹인 포술장(砲術長)을, 마당발인 기관장(機關長)을, 심장인 작전관(作戰官)을, 귀인 통신관(通信官)을 통제-조정함으로써 함정을 작동시킨다. 함장의 판단은 신속한 동시에 신중해야 한다. 함장의 신속한 판단이 함정의 전투력 유지는 물론 함정의 생사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반면, 함장의 명령 번복은 함정 운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함장의 판단은 신중해야 한다. 미국 해군사관학교의 벽에 ‘명령__반대명령__혼란’(Order, Counter-order, Disorder)이란 글귀가 액자에 넣어 걸려있다. 상황을 잘 파악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내린 성급한 명령을 번복하면, 혼란이 생긴다는 뜻이다. 장래 함장이 될 생도들에게 신속하지만 신중한 판단을 미리 준비하라는 경구이다. 신속하지만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는 함장은 현장 최고 지휘관으로, 최후의 판단과 행동에 책임을 지게 된다.

 

3. 천안함을 지휘한 최원일 중령을 생각하며 최원일 함장은 사건 발생 후 상급 부대에 보고하면서, 함장의 상식으로 “피격됐음”을 알렸다. 軍은 즉각 대응조치에 나서 반격을 지시했다. 백령도 연해의 수심이 100m 이하로 음파의 혼선과 잡음으로 잠수함 작전이 부적절하지만, 서해교전 이후 북한의 보복위협을 고려하면, 군의 대응은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군의 신속한 대응은 대잠수함 작전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임했다는 증거이다.

 최원일 함장은 사건 발생 후 함장으로서 책무를 훌륭하게 수행했다고 판단된다.

 첫째, 함장으로서 명령계통을 준수하고, 함정의 지휘권을 끝까지 유지했다. 함정의 통신기기가 차단된 상태에서 휴대전화를 통하여 상급 부대에 상황을 보고하면서 상급자의 지시를 이행했다. 또한, 구조함정이 도착할 때에는 만일을 대비하며, 적함인지 모르니 머리를 숙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침몰하는 함정에 남아있던 승조원에 대한 지휘를 유지했다.

 둘째, 함장으로서 함수부분에 있는 승조장병을 구출하였다. 고귀한 장병들은 함장 자신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한명이라도 더 살려보겠다고 불 꺼진 격실을 찾아 헤매며, 상하일체감 정신과 공동체 정신을 발휘했다. 함정이 기울어가고, 함미는 동강이 나서 눈에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함장은 부상자를 챙기고, 격실을 샅샅이 뒤져서 함수부분에 있는 장병을 모조리 구조했다. 함장이 가지고 있는 구명의까지 벗어서 부상당한 오성탁 상사에게 입히고, 구조와 탈출을 마지막까지 지휘했다.

 셋째, 적절한 함장의 적절한 독단전행(獨斷專行)이 돋보였다. 수밀격실을 밀폐시키면 부력 때문에, 몇 시간 함정이 떠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고, 상사·원사 등 나이 많은 부사관들은 “저체온증으로 죽을 수 있으니 절대로 함장의 명령 없이 물에 뛰어내리지 마라”고 지시했다. 생존자들이 급한 마음에 바다로 뛰어드는 것을 막으려는 절박한 명령이었다. 이것이 때로는 위급시 상식에 위배되지만, 현장지휘관만이 내릴 수 있는 독단전행(獨斷專行)에 해당하는 명령이다.

 넷째, 최원일 함장과 생환자들은 실종된 장병을 자기 몸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고 있는 따뜻한 인간애와 인화단결의 모습이 우리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함장이 “아직도 실종 장병들이 옆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살아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으며, 복귀 신고하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할 때에는 듣고 있던 우리도 눈시울이 뜨거웠다.

 종합하면, 사건 발생 이후 최원일 중령은 천안함 함장으로서 책무를 훌륭하게 수행했다고 생각한다. 위기 상황에서 신속하게 또한 신중하게 대응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시켰다. 이는 지휘관으로서의 자질과 오랜 훈련의 반영이다.

 

4. 맺는 말   천안함 침몰 과정에서 함정 차원의 대응이 적절했지만, 사건 발생 후 위기대응 과정에서 보고지연과 정보처리 과정에서 미숙함이 드러났다. 정부와 군은 위기대응 과정을 재정비해야 한다. 또한, 만약 외부 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되었다면, 외부 공격을 감지하지 못하게 된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 해군의 방어능력이 강화되어야 한다. 정부와 군에게 큰 과제가 남겨져 있다.

 해군에 몸을 담았던 필자는 천안함 침몰 이후 상황전개를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해군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함으로써 불필요한 추측이 생산되고 언론매체를 통하여 증폭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긴급입수”와 “단독보도”같은 수식어로 포장된 일부 보도가 사건의 진실을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함정을 지휘했던 경험을 가진 필자는 신문지면과 TV 화면으로 이 사건을 지켜보고 있는 분들에게 두 가지 부탁을 드리고 싶다.

 첫째, 침착한 마음으로 좀 더 냉정함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해상사고의 원인규명까지는 치밀한 분석과 시간이 필요하다. 선체를 인양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여러 조각으로 깨어진 증거를 맞추는 분석 과정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억측과 소문에 현혹되기보다는 진상조사단을 신뢰하고 명확한 분석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림이 필요하다.

 둘째, 생환 장병과 유가족들을 위로해야 한다. 사랑하는 이를 차디찬 바다에 둔 유가족의 눈물을 닦아 아픔을 덜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생환 장병은 생사를 같이한 상관, 동료, 부하를 차디찬 바다에 남겨 두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이 군인으로서 현장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천안함 사건이 조국의 바다를 지키는 해군의 고충을 일반 국민이 조금이라도 이해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천안함 사건이 정쟁의 대상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정치권 일부에서 이 사건이 당파적 이해로 악용되지 않기를 바란다. 안보문제는 국내쟁점의 대상이 아니라, 정치공동체의 공동 쟁점이다.

by: 이규성 (경영학박사, 해군예편, 1970년 해군사관학교 졸업)

※ 이 글은 한반도평화연구원 칼럼에 실린 글임

 

정부나 군의 정치적 고려와 판단으로 인해 우리 군 장병들이 호도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기에 옮깁니다.

그리고, 미운오리 잊지 않으시고 항상 좋은 글 보내주시는 장선생님께 깊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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